경기도, 토양 맞춤형 비료 사용 처방서 발급… 비료값 31% 덜고 수확량은 그대로

경작지 토양 시료 농업기술센터 제출 시 ‘비료 사용 처방서’ 무료 발급
비료 사용량 평균 31% 감소 효과 증명… 비료비 상승 우려 농가 적극 이용 당부
과학적 정밀 시비로 농가 경영비 부담 줄이고 토양 환경 오염 예방

비료 사용 처방서를 발급해주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토양 성분을 정밀 분석하는 장면
토양 검정 기반 정밀 분석을 통해 비료 사용 처방서를 받기 위해서는 토양 시료를 채취해 관할 시군농업기술센터에 제출하면 된다.[사진=경기도]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비료값 인상 우려로 번지는 가운데, 경기도가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줄 ‘과학 영농’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토양 성분을 정밀 분석해 최적의 비료량을 알려주는 ‘비료 사용 처방서’ 무료 발급 서비스를 올해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버려지던 비료 31% 줄여 농가 주머니 지킨다

이번 비료 사용 처방서 지원 사업의 핵심은 ‘토양 검정 기반 정밀 시비’ 기술이다. 이는 작물을 심기 전 밭과 논의 토양 성분을 먼저 분석하고, 그 결과에 맞춰 필요한 비료의 종류와 정확한 양, 투입 시기를 처방해주는 서비스다.

효과는 수치로 증명됐다. 2023년 국립농업과학원의 시험 결과에 따르면, 토양 검정을 통해 부족한 성분만 보충할 경우 비료 사용량을 평균 31%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료 사용 처방서를 발급받아 지침을 따르면 비료를 적게 쓰면서도 작물의 품질과 수확량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고물가 시대에 농가 경영비를 절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힌다.

조정주 경기도농업기술원장은 “지난해 시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 5만 2천여 건의 토양을 분석해 비료 사용 처방서를 발급했다”며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비료 사용이 농가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다”라고 강조했다.

3주면 도착하는 ‘내 땅 맞춤형 처방전’

비료 사용 처방서 서비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농업인이 자신의 논이나 밭 5~10개 지점에서 토양 시료 1~2㎏를 채취해 관할 시군농업기술센터에 제출하면 된다. 시료 봉투에 날짜와 인적 사항, 주소, 작물명을 기재하는 것만으로 접수는 끝난다.

시료를 제출한 농가는 약 3주 이내에 무료로 처방서를 받게 된다. 이 처방서에는 질소, 인산, 칼리 등 주요 비료량은 물론, 토양 산도(pH) 조정을 위한 석회량과 유기물 공급을 위한 퇴비량까지 상세히 담겨 있어 한 해 농사의 든든한 길잡이가 된다.

조 원장은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비료값 인상 우려가 큰 만큼, 토양 상태를 정확히 알고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도내 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비료 사용 처방서가 필요한 이유… 요소 수출국 걸프 연안이 막히자 비료값 급등

비료 사용 처방서의 필요성이 올해 더욱 절실해진 직접적 배경은 중동 에너지 위기다. 요소의 경우 주요 생산국 중 하나인 걸프 연안 국가들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비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무기질비료의 주원료인 요소(질소비료)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생산되는데, 원유·가스의 가격 상승이 나프타·석유화학 원료·비료 등 주요 중간재 가격과 공급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경우 충격이 에너지 소비 부문을 넘어 제조업 생산비와 글로벌 교역비용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분석했다. 국제 비료 가격 불안은 농가 생산원가를 직접 끌어올린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5% 오를 경우 농자재 전체는 3.97% 상승하는 가운데 비료는 0.27% 상승해 다른 농자재(농약 0.13%, 농기계 0.15%, 종자 0.14%)에 비해 에너지 가격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이 있다. 이런 구조에서 비료 사용 처방서는 단순한 기술 서비스를 넘어, 외부 충격으로부터 농가를 지키는 일종의 경영 방파제 역할을 한다.

비료 사용 처방서와 전국 캠페인… 농촌진흥청도 ‘적정 시비’ 전선에 나섰다

비료 사용 처방서를 통한 적정 시비 확산은 경기도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무기질비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농촌진흥청은 올해 4월 8일부터 5월 29일까지 약 두 달간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비료 사용 처방 적정 시비 실천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의 핵심은 관행적인 비료 과다 사용을 개선하고 토양 검정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량의 비료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중앙과 지방 농촌진흥기관은 주요 작목 재배 단지를 중심으로 ‘비료 절감 기술지원단’을 운영하며 농가 맞춤형 지도를 강화했다.

이처럼 농진청의 전국 캠페인과 경기도의 비료 사용 처방서 발급 서비스가 동시에 가동되고 있어, 고유가 국면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절약 영농’ 방향으로 공동 대응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한 해에만 5만2천여 건의 토양을 분석해 처방서를 발급했으며, 이 숫자는 전국 최대 규모의 농촌 인구를 보유한 경기도의 잠재적 서비스 수요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비료 사용 처방서가 막는 것… 토양 산성화와 지하수 오염이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

비료 사용 처방서의 효과는 농가 경영비 절감에만 그치지 않는다. 관행적인 비료 과다 투입은 토양 환경에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는 피해를 남긴다. 질소 비료를 필요 이상 시용하면 작물이 흡수하지 못한 질소가 토양에 잔류하다가 지하수로 용탈되어 질산성 질소 오염을 일으킨다. 인산이 축적되면 인산 고정 현상이 발생해 오히려 작물이 인산을 흡수하기 어려운 역효과가 나타나며, 황산기를 포함한 비료의 반복 사용은 토양 산성화를 촉진해 토양 미생물의 활동을 저해한다. 이 같은 환경적 피해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십 년에 걸쳐 토양 생산성을 잠식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비료 사용 처방서는 이 문제를 예방하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다. 토양 검정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성분만 정확한 양만큼 투입하면, 불필요한 비료 투입이 줄어들고 토양의 화학적 균형이 유지되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의 기반이 만들어진다.

데이터 영농, 비용 절감을 넘어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로

경기도의 이번 비료 사용 처방서 서비스는 농가 경영비 절감이라는 단기적 성과를 넘어, 관행적 영농 방식의 구조적 전환을 시사한다. 그간의 농촌은 ‘다비(多肥)가 다수확을 보장한다’는 경험적 관습에 의존해 왔으나, 이는 토양 산성화와 지하수 오염이라는 환경적 비용을 수반해 왔다.

정밀 시비는 토양이 수용 가능한 최적의 영양 상태를 수치화하여 공급하는 데이터 중심 영농의 출발점이다. 이는 고물가 시대에 농민에게는 실질적인 수익 개선을, 자연에게는 자정 능력 회복을 부여하는 공존의 모델로 기능한다. 결국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술 지원은 급변하는 기후 위기 속에서 농업의 경쟁력과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본질적 가치를 동시에 확보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비료 사용 처방서 이용 가이드

  • 이용 대상: 경기도 내 필지를 소유하거나 경작 중인 농업인
  • 신청 장소: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 내 종합검정실
  • 준비물: 필지당 1~2kg의 토양 시료 (5~10개 지점 혼합)
  • 비용: 전액 무료
  • 문의: 경기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031-8008-9427) 및 관할 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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