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 10건, 안산서 9개 시도가 손을 잡았다
전국 9개 경제자유구역청이 안산에 모였다
신산업 중심으로 방향을 바꾼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
중앙부처를 향한 공동의 목소리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은 3일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과 전국 9개 경제자유구역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34회 전국 경제자유구역 청장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의 실질적 성과는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 채택이다. 전국 9개 경제자유구역청장은 10건의 제도개선 안건을 담은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을 채택하고, 관계 중앙부처에 제도 개선을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
개발사업 중심에서 혁신성장 중심으로
이번 협의회에서는 경제자유구역의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다시 짚었다.
참석자들은 경제자유구역의 정책 방향을 기존 개발사업과 외국인 투자유치 중심에서 신산업 육성, 기업지원, 혁신생태계 조성 등 혁신성장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기되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도 뜻을 함께했다. 이러한 논의의 결실이 바로 이날 채택된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이다.
공급망 재편 속에서 찾는 투자유치 전략
참석자들은 급변하는 대외 투자환경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자국 우선주의 확산 등 급변하는 대외 투자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신산업 분야 투자유치 전략을 논의했다.
아울러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글로벌 마케팅 확대, 경제자유구역별 특화산업 육성, 기업 투자환경 개선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에 담긴 10건 안건
이날 채택된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에는 실무 현장의 목소리가 촘촘히 담겼다.
회의 주요 안건은 실시계획 승인 고시에 따른 의제 규정 개정, 경제자유구역 시설용지 공급가격 차등 적용, 경제자유구역 개발이익 재투자 대상에서 산업단지 개발사업 제외 등이다.
여기에 보상 목적 위법행위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개발사업지구 내 행위제한 규정 개선, 농지보전부담금 감면기간 연장도 포함됐다.
용도지역 변경시 건폐율·용적률 관련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 개정, 외국인 투자기업 지방세 감면 혜택 일몰기한 연장, 총량 인센티브제 도입, 경제자유구역위원회 회의 운영 개선까지 더해져 총 10건이다.
“지금이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시점”
김능식 경기경제자유구역청장은 이날 협의회에서 소회를 밝혔다.
김 청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투자환경 변화로 경제자유구역을 둘러싼 여건이 쉽지 않지만, 지금이야말로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 경제자유구역청이 긴밀히 협력하고 각 구역별 차별화된 전략을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08년 인천에서 시작된 협력체계
전국경제자유구역 청장협의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협의체가 아니다.
이 협의회는 경자청 간 업무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협력 체계를 구축해 원활한 사업 추진을 도모하기 위해 2008년 인천을 시작으로 9개 경자청이 1년에 2회씩 개청순으로 순환 개최해왔다.
경제자유구역 제도 자체의 역사는 이보다 더 길다. 2003년 8월 정부가 인천 송도신도시, 영종도, 서북부 매립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처음 지정한 이후 부산·진해, 광양만권으로 확대됐고, 이후 경기, 대구·경북, 충북, 강원, 광주, 울산까지 더해지며 20여 년에 걸쳐 전국 9개 광역지자체로 늘어났다.
경기도의 경제자유구역은 평택 포승, 평택 현덕, 시흥 배곧 3개 지구로 출발했다. 여기에 지난해 안산사이언스밸리 지구가 새롭게 추가 지정되며 전체 면적이 6.9제곱킬로미터로 넓어졌다. 이번 협의회가 안산사이언스밸리 지구 안에 자리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열린 것도 이러한 확장의 연장선이다.
숫자로 보는 경기경제자유구역의 성장
전국 9개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직접투자는 2024년 말 신고 기준으로 누적 238억 달러에 달한다. 국내외 8226개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인천이 전체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경제자유구역의 성장 속도는 특히 눈에 띈다. 외국인직접투자는 2020년 800만 달러 수준에서 2024년 2000만 달러로 약 147퍼센트 늘었다.
같은 기간 입주기업은 12개에서 52개로, 고용 인원은 307명에서 7967명으로 약 2495퍼센트 증가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국 9개 자유구역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과평가에서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최우수 등급인 에스등급을 획득했다.
고금리·고물가 시대의 경제자유구역
경제자유구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최근 수년간 급격히 변화해왔다.
지난해 7월 부산에서 열린 제32회 청장협의회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과 고금리·고물가 등 대내외 경제위기 속에서 경자구역이 미래 성장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도혁신 방향이 논의된 바 있다.
이번 안산 협의회에서 자국 우선주의 확산과 공급망 재편이 다시 화두에 오른 것은, 이러한 대외 환경의 어려움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마다 이어진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 채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부산에서 열린 제32회 협의회에서는 물류산업 규제혁신, 해외 영상제작 기업 유치 지원법령 신설, 개발·실시계획 통합승인 체계 도입 등을 담은 공동건의문이 채택됐다.
같은 해 11월 광양에서 열린 제33회 협의회에서도 외국인투자기업 현금지원제도 개선, 개발계획 변경 시 경미한 사항의 기준 완화 등을 담은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이 나왔다.
이번 안산 협의회의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 역시 이러한 반기별 건의 관행의 연장선에 있다. 매 회차 건의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그만큼 현장에서 풀어야 할 규제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각도로 본 이번 협의회의 의미
이번 협의회는 몇 가지 지점에서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정책 방향을 개발사업과 외국인 투자유치 중심에서 혁신성장 중심으로 넓히겠다는 선언이 실제 예산과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방향 전환 자체는 여러 해 전부터 업계에서 요구돼온 사안이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에 담긴 10건 가운데 상당수가 시행령 개정이나 감면기간 연장처럼 중앙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이다. 지자체 차원의 협력만으로는 완결되지 않는 구조다.
셋째, 경기경제자유구역처럼 최근 2년 연속 성과평가 최우수 등급을 받은 지역이 있는 반면, 지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외국인 투자기업이 없는 구역도 존재한다. 공동건의문이 9개 구역 모두에 균등하게 실효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정부가 그리는 경제자유구역의 10년
정부 역시 경제자유구역의 역할 확대를 정책 과제로 제시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3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을 통해 향후 10년간 투자유치 100조원과 일자리 45만개 창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수요기반 총량관리제 운영, 수시지정 활성화,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확대 등이 핵심 추진 방향으로 제시됐다.
이번 협의회에서 채택된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 속 총량 인센티브제 도입 안건 역시 이러한 정부 기본계획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중앙과 지방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향후 제도개선 논의에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하반기 대구경북에서 이어질 논의
이번에 채택된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의 실효성은 앞으로 중앙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청장협의회에서 채택된 공동건의문은 산업통상자원부에 공식 제출된 뒤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제도개선에 반영돼왔다. 이번 10건의 안건 역시 유사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제35회 전국 경제자유구역 청장협의회는 하반기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안산 회의에서 논의된 신산업 육성 방향과 규제개선 과제가 다음 회차에서 어떤 형태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 자본과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공간이지만, 그 성과는 결국 그 지역에 사는 도민의 일자리와 소득으로 돌아온다. 경기경제자유구역의 고용 인원이 4년 만에 20배 넘게 늘었다는 통계는 추상적인 투자유치 실적이 아니라 실제 채용으로 이어진 결과다. 이번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이 담은 10건의 안건도 결국은 기업이 더 쉽게 투자하고, 그 투자가 더 빨리 일자리로 전환되도록 만드는 실무적 장치들이다. 다만 개발과 투자유치라는 목표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 과정에서 토지 보상이나 행위제한으로 불이익을 겪는 지역 주민, 산업단지 개발 이익의 재투자 범위처럼 공익적 성격이 강한 안건들이 함께 논의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경제자유구역이 외국 자본을 위한 특구를 넘어, 지역과 국가가 함께 성장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이러한 균형 감각이 앞으로도 유지돼야 할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 활용 가이드
경기경제자유구역 내 입주를 검토하는 기업이나 투자자는 경기경제자유구역청 기획행정과를 통해 이번 경제자유구역 공동건의문에 담긴 시설용지 공급가격 차등 적용, 총량 인센티브제 도입 등의 제도개선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평택 포승, 평택 현덕, 시흥 배곧, 안산사이언스밸리 등 각 지구별 입주업종과 투자 인센티브에 관심 있는 기업은 경기경제자유구역청 홈페이지의 투자유치 안내를 통해 상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외국인 투자기업 지방세 감면 혜택과 관련한 사안은 일몰기한 연장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관련 세제 혜택을 계획 중인 기업은 제도개선 확정 시점을 담당 부서에 수시로 문의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