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합리화 우수사례 6건으로 읽는 경기도 민생 지도, 부천에서 연천까지 제도가 바뀌다
규제합리화 우수사례 6건, 복지·개발·교통·노동·환경·산업을 한꺼번에 건드리다
취약계층 납부 편의부터 접경지역 교통 소외까지, 경기도 민생의 단면을 바꾼 제도 혁신
규제합리화 우수사례의 공통점, 현장이 먼저 발견하고 제도가 뒤따랐다

규제합리화 우수사례 6건이 그리는 경기도 민생의 지형
2026년 경기도 시군 규제합리화 우수사례 경진대회 본선에 오른 6개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경기도 민생의 지형이 한눈에 드러난다. 복지(부천), 개발(하남), 환경·재난(가평), 광역교통(고양), 노동인권(김포), 건설산업(연천). 각각의 사례는 개별 시군의 지역 현안처럼 보이지만, 뒤집어 보면 중앙 법령이나 상위 지침이 현장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생긴 공백이 각 지역의 특성과 결합해 서로 다른 문제로 발현된 것이다.
부천시 사례의 본질은 디지털 전환이 아직 닿지 못한 복지 행정의 말단을 기초지자체가 직접 메운 것이다. 하남시 사례는 군사 반환지를 둘러싼 중앙과 광역, 기초지자체 간의 규제 층위 문제를 드러낸다. 가평군 사례는 재난 상황에서 법령 기준이 현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지자체가 감당해야 하는 행정 과부하를 보여준다. 고양시 사례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이라는 낡은 분류 체계가 접경지역의 교통 소외를 구조적으로 고착시켜 온 문제를 건드린다. 김포시 사례는 법 조문 하나가 사회적 약자의 기본 처우를 가로막는 방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연천군 사례는 법령 해석의 공백이 소규모 건설업체의 생존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짚는다.
규제합리화 우수사례가 공유하는 하나의 패턴
6개 규제합리화 우수사례에는 뚜렷한 공통 패턴이 있다. 모두 기초지자체가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중앙부처 또는 경기도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거나 적극적인 법령 해석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부천시는 전국 최초로 가상계좌 시스템을 구축해 다른 지자체의 참조 모델이 됐다. 가평군은 재난 현장에서 쌓인 경험을 환경부 지침 개정으로 연결했다. 김포시는 시 단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전국 공통의 법령 장벽을 발견하고 국토교통부를 움직였다. 고양시는 접경지역 특수성을 논리화해 기획재정부 훈령 개정을 이끌었다.
이 패턴은 규제합리화 우수사례의 진정한 가치가 해당 시군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 지역의 경험이 제도 개선으로 연결될 때, 그 효과는 경기도 전체, 나아가 전국으로 확산된다. 이번 수상 사례들이 올해 행정안전부 주관 지방규제합리화 우수사례 경진대회 전국 무대에 경기도 대표로 출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규제합리화 우수사례 경진대회 참여 가이드
경기도 시군 규제합리화 우수사례 경진대회는 경기도 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된다. 각 시군 공무원이 자체적으로 추진한 규제합리화 사례를 대상으로 하며, 예선심사를 거쳐 본선 진출 사례를 선발한다. 본선에서는 규제개선 성과, 창의성, 난이도, 확산 가능성 등을 종합 심사하고 온라인 도민투표 결과를 반영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대회 관련 문의는 경기도 규제개혁과(031-8008-4111)로 하면 된다. 도민의 불편을 발견한 공무원이라면 주변의 규제합리화 우수사례를 해당 시군 담당 부서에 제보하는 방식으로도 대회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올해로 12회째, 경기도 시군 규제합리화 경진대회
경기도가 2026년 6월 26일 경기도청에서 ‘2026년 경기도 시군 규제합리화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부천시 등 6개 시군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올해로 열두 번째를 맞은 이 대회는 경기도 31개 시군이 자체적으로 추진한 규제합리화 우수사례를 발굴·공유해 그 성과를 경기 전역으로 확산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지난 5월 예선심사를 통과해 본선에 진출한 6개 사례는 규제개선 성과를 중심으로 창의성과 난이도, 타 지자체로의 확산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본선 평가를 받았으며, 온라인 도민투표 결과를 반영해 최종 순위가 결정됐다. 시상금은 대상 3,000만 원, 최우수 각 1,500만 원, 우수 각 1,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20년 현금 관행 끊은 부천시 정부양곡 가상계좌 수납체계, 대상 수상
대상의 영예는 부천시에 돌아갔다. 부천시가 발표한 사례는 ‘정부양곡 대금수납 가상계좌 수납체계 구축으로 20년 현금수납 관행 혁신’이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은 정부로부터 저렴하게 양곡을 공급받는데, 기존에는 매달 주민센터 동별 계좌로 직접 입금하거나 현금으로 납부하는 방식이 20여 년간 유지돼 왔다. 37개 동 행정복지센터마다 별도의 지류 통장이 운영됐고, 신청자와 입금자를 일일이 수기로 대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현장 곳곳에 누적돼 있었다.
부천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가구별 고유 가상계좌를 부여하는 정부양곡 가상계좌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2025년 5월부터 가상계좌와 기존 지류통장 방식을 병행 운영한 뒤, 같은 해 7월부터 가상계좌 방식으로 전면 전환했다. 그 결과 과오납 반환 건수가 월평균 162건에서 27건으로 약 83% 급감했고, 정부양곡 이용 가구도 1만 4,253가구에서 1만 6,300가구로 약 14% 늘어났다. 입금자와 금액이 실시간 자동 검증되면서 오류와 누락이 구조적으로 차단됐고, 시 단위 통합 정산 체계가 갖춰지면서 반복적인 확인 업무와 회계 처리 부담도 대폭 줄었다.
하남시 GB 해제지침 개선, 17년 표류 반환공여구역 개발 물꼬
최우수상은 하남시와 가평군이 각각 수상했다. 하남시는 ‘경기도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침 개선을 통한 반환공여구역 내 첨단산업 유치 기반 마련’으로 최우수에 올랐다. 2007년 미군이 반환한 캠프콜번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침의 높은 장벽으로 인해 17년간 개발이 사실상 표류해 왔다. 경기도 GB 해제 통합지침은 국토교통부 지침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운영됐는데, 임대주택 10~15% 이상 추가 확보, 공원·녹지 5% 이상 의무 반영 등 사업자 수익성을 사실상 담보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하남시는 반환공여구역의 국가적 특수성과 도심 내 유휴부지 활용 필요성, 반환공여구역 간 형평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으며, 이현재 하남시장이 직접 경기도지사와의 정책간담회 등을 통해 지침 개선을 강력히 건의했다. 2025년 10월 경기도 GB 해제 통합지침 개정이 발령되면서 하남시는 반환공여구역을 중심으로 첨단산업 유치와 자족기능 강화에 나설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보했다.
가평군 재난폐기물 지침 개정, 수해 현장의 87억 원 절감 경험을 제도로
가평군의 ‘재난폐기물 안전관리지침 개정으로 예산절감, 신속한 폐기물 처리 및 민생불편 해소’ 사례도 최우수상을 받았다. 2025년 7월 집중호우로 가평군 전역에서 재난폐기물 6만 7,990톤이 발생했다. 초기 추정치였던 3만 2천 톤의 두 배를 넘는 규모였다. 군은 기존 적환장 4곳만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군부대, 읍면, 산림조합 등 유관기관과 협업해 임시 적환장 18곳을 추가 확보했다. 체계적 분류와 재활용을 병행해 약 87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다. 가평군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현장 고충을 환경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했고, 그 결과 2025년 11월 재난폐기물 안전관리 지침이 개정되어 임시 적환장 운영 기준이 현장 여건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될 수 있게 됐다.
고양·김포·연천, 우수상으로 제도 혁신의 폭 넓혀
우수상에는 고양시, 김포시, 연천군이 이름을 올렸다. 고양시는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 개정으로 고양-김포-인천을 잇다’를 발표했다. 고양시는 경기도 내에서 유일하게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으로 분류돼 있어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교통 인프라 사업의 경제성 평가에서 구조적 불이익을 받아왔다. 고양시는 중앙정부와 지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제도 개선을 꾸준히 건의했고, 2026년 1월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을 개정해 접경지역 교통 인프라 사업에 비수도권 기준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로써 총연장 19.63km, 총사업비 약 2조 830억 원 규모의 인천 2호선 고양 연장 사업이 정책성 평가에서 유리한 구도를 확보하게 됐다.
김포시는 ‘아파트 경비·청소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100% 동의 문턱을 낮추다’를 선보였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노후 아파트에 가설건축물로 휴게시설을 조성하려면 건축법 시행규칙에 따라 토지소유자 전원 동의를 받아야 하는 현실적 장벽이 있었다. 김포시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총 60개 단지에 약 2억 6천만 원을 투입해 휴게시설 100여 곳의 개선을 지원하면서 이 제도적 문제를 직접 확인했고, 2025년 5월 국토교통부에 설치 동의 기준 완화를 건의했다. 국토부는 같은 해 7월 수용 의견을 회신했고, 2026년 1월 건축법 시행규칙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가 진행 중이다. 개정이 완료되면 동의 기준이 ‘전원 동의’에서 ‘구분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로 완화돼 전국 노후 공동주택의 휴게시설 설치가 보다 원활해질 전망이다.
연천군은 ‘적극적 법령해석으로 기존 건설업등록업체의 기술인력 중복인정특례 사각지대를 해소’한 사례로 우수상을 받았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별표 2에 따른 건설업 등록기준 중 기술인력의 중복 인정 여부는 오랫동안 해석의 공백이 존재했고, 이로 인해 기존 건설업 등록업체들이 기술인력 배치와 중복 인정 특례 적용 과정에서 불필요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사각지대가 있었다. 연천군이 적극적인 법령해석을 통해 이 사각지대를 해소한 사례는 중소 건설업체들이 밀집된 경기 북부 지역의 특성상 지역 건설업 생태계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12년의 역사, 규제합리화 대회의 제도적 맥락
경기도 시군 규제합리화 우수사례 경진대회는 2015년 첫 시행 이후 올해로 열두 번째를 맞았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의 기초지자체 밀집 광역이자 인구 1,400만 명에 달하는 지방행정의 최일선으로, 중앙 법령과 현장 현실 사이의 간극이 다른 어느 광역보다 촘촘하고 다양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이 대회는 각 시군이 자체적으로 발굴한 규제개선 성과를 연 1회 공개 무대에서 겨루게 함으로써, 수직적 규제 전달체계를 수평적 학습과 경쟁의 구조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행정 혁신의 선도 모델로 평가받는다. 경기도는 우수사례를 도내 31개 시군 전체에 공유·확산하는 별도의 전파 절차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공공행정 디지털 전환과 규제개혁, 전국적 흐름과 맞닿다
이번 대회의 수상 사례들은 전국적인 공공행정 디지털 전환 및 규제 합리화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지방규제합리화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개최해 지자체의 자발적 규제개선 노력을 전국 무대에서 평가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 성과를 거둬왔으며, 2024년에는 경기도가 체납자 가상자산 정밀 추적 시스템으로 정부혁신 경진대회 금상(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부천시 정부양곡 가상계좌 시스템의 경우 서울 강남구가 앞서 유사한 방식을 자체 개발·운영한 바 있고, 부천시는 이를 시 단위 광역으로 체계화해 전면 전환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확산 모델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행정 규제의 사각지대, 가장 작은 접점에서 발견된다
전문가들은 지방 규제합리화의 의미를 단순한 절차 간소화에 한정하지 않는다. 행정학계는 ‘현장형 규제개선’을 중앙의 규범 설계가 미처 포괄하지 못한 생활 현장의 공백을 기초지자체가 먼저 발견하고 채워나가는 과정으로 규정한다. 이번 수상 사례들도 이 정의에 정확히 부합한다. 취약계층의 납부 불편, 군사 반환구역의 규제 장벽, 재난 현장의 법령 공백, 노후 아파트 근로자의 인권 침해, 접경지역의 교통 소외, 소규모 건설업체의 법령 사각지대 모두 중앙정부의 시야 끝에서 발생한 문제들이다. 이 문제들을 발굴하고 제도화한 것은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기초지자체였다.
전국대회로 이어지는 경기도의 규제 혁신 무대
수상한 6개 시군은 올해 행정안전부 주관 ‘2026년 지방규제합리화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경기도 대표로 출전해 전국 지자체와 다시 한번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경기도의 수상 사례들이 전국 무대에서도 주목을 받을 경우, 부천시 가상계좌 시스템이나 김포시 휴게시설 동의 기준 완화처럼 이미 전국 단위 확산 가능성이 확인된 사례들은 중앙 법령 개정이나 정책 확산의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김백식 경기도 규제개혁과장은 “시군에서는 지난 1년간 규제개선 활동을 통해 민생애로 해소와 지역산업을 활성화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우수사례들이 널리 전파되어 규제개선을 통해 도민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규제란 무엇인가. 법의 언어로는 질서이고 행정의 언어로는 기준이지만, 생활의 언어로는 종종 불편이고 장벽이다. 20년 동안 유지된 현금 납부 관행을 끊어낸 부천시의 가상계좌 시스템은, 그 자체로 규제합리화가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시민 한 명 한 명의 불편이 쌓여 만들어진 관행을 기초지자체가 먼저 발견하고 제도적 해법으로 전환할 때, 규제는 비로소 ‘도민의 삶에 밀착된 행정’이 된다. 12회를 맞은 이 경진대회가 경기도 정책 혁신의 연례 시험대를 넘어, 현장과 제도를 잇는 살아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한다.
정부양곡 가상계좌 수납체계 이용 가이드
정부양곡 가상계좌 수납체계는 부천시가 전국 최초로 구축한 제도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 가구에 적용된다. 부천시 거주 대상자는 기존과 동일하게 매달 관할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정부양곡 신청을 진행하면 되며, 납부는 가구별로 부여된 고유 가상계좌로 입금하면 된다. 신규 신청이나 계좌 확인이 필요한 경우 부천시 복지정책과(032-625-4000) 또는 거주지 동 행정복지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부천시는 향후 문자 안내와 AI콜 등 맞춤형 홍보를 통해 아직 신청하지 않은 대상 가구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