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 경기도 외국인 81만 명 의료 사각지대 해소 위해 17명 발의… 상임위 원안가결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 의료비 직접 지원 아닌 연계·통역·예방 체계 구축 방식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 5년간 추가 소요 예산 6억 원… 의료통역 31개 시군 확대 기반 마련
조례 시행 앞두고 이주민 현장 간담회… 다국어 정보·공공의료원 통역 강화 목소리 높아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 통과를 앞두고 열린 경기도 이주민 커뮤니티 정책간담회
경기도는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이주민이 의료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을 직접 듣기 위해 ‘경기도 이주민 커뮤니티 정책간담회’를 열었다.[사진=경기도]

경기도의회 상임위 통과…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 본회의 의결 앞둬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는 지난 23일 제391회 경기도의회 정례회 제3차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경기도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향상 및 협력체계 구축 조례안」을 원안가결 처리했다. 김재훈 의원(국민의힘, 안양4)이 대표발의한 이 조례안은 장민수·윤충식·이인애 등 총 17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조례안은 제391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최종 심의될 예정이며, 이어 경기도는 26일 성남시가족센터에서 ‘경기도 이주민 커뮤니티 정책간담회’를 열어 조례 시행을 앞두고 이주민 당사자와 의료통역인, 병원 의료코디네이터 등의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조례 제안 배경… 응급실 도착 전까지 방치되는 의료 공백

김재훈 의원은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 제안 배경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주민들이 비용 부담과 언어 문제로 병원을 찾지 못하다가 증상이 악화된 뒤에야 응급실을 이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예방접종이나 감염병 검사 등 기본적인 공공보건 서비스조차 제때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주민의 건강권 보호는 물론 감염병 예방과 지역사회 보건안전을 위해서는 의료기관과 공공보건기관이 함께 협력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단순한 인도주의적 관점에 그치지 않는다. 건강보험 미적용 외국인이 감염병에 노출되더라도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구조는, 결국 내국인을 포함한 지역 공동체 전체의 감염병 위기 대응 역량을 약화시킨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이주민 의료 사각지대 문제가 방역의 맹점으로 지목된 바 있다.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의 구체적 내용… 직접 의료비 지원 대신 연계·통역·예방 체계

이 조례의 적용 대상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중 경기도에 90일 이상 거주하는 이들이다. 임산부, 영유아, 감염병 의심자 또는 확진자는 우선지원 대상으로 규정됐다. 지원 범위는 감염병 예방, 모자보건 등 공공보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분야로 한정된다.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가 규정하는 지원 사업의 핵심은 협력의료기관 및 공공보건기관 연계를 통한 의료 접근성 지원, 의료통역 및 보건의료 정보 제공, 예방접종·감염병 관리 등 공공보건 서비스 연계, 사례관리 및 의료기관 간 연계 지원, 민간 의료지원 연계기관과의 협력, 조사·연구 및 교육이다. 조례는 제6조 제2항에서 “이 조례에 따른 사업은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의료비 지원을 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해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를 차단했다. 직접 의료비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의료기관과 민간 연계기관을 통해 공공보건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연결하는 방식이다.

도지사는 5년마다 의료접근성 개선 및 공공보건 안전망 구축 방안, 협력의료기관 운영 방안 등을 담은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으며, 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 정기적인 성과평가도 의무화해 재정 건전성과 사업 효과성을 점검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5년간 추가 소요 예산 6억 원… 의료통역 31개 시군 확대 기반

경기도의회 예산분석과 비용추계에 따르면 이 조례 시행에 따른 추가 소요 비용은 첫 해 1억2천만 원, 추계 기간 5년간 총 6억 원으로 산정됐다. 이는 현재 8개 시군에서 운영 중인 경기도 통역 서포터즈 사업(연 2억8,350만 원, 도비 30%·시군비 70%)을 31개 시군 전체로 확대한 경우의 의료통역 부분을 기준으로 추계한 결과다. 2025년 기준 통역 서포터즈 사업은 18개 언어, 63명이 연간 8,652건의 통역을 지원했으며, 이 중 의료통역 비율은 10.8%(934건)였다. 의료통역 수요가 확대될 경우 실제 예산 규모는 더 커질 수 있으며, 시군의 수요조사와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따라 규모가 조정된다.

경기도 외국인 81만 명… 절반 이상이 5년 이상 장기체류

경기도 내 외국인 주민 규모는 전국 최대 수준이다. 2023년 행정안전부 통계 기준 경기도에는 약 81만 명의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며, 이는 전국 외국인 주민의 약 33%에 해당한다. 2025년 경기도 이민자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 중 56.6%가 5년 이상 장기체류자다. 단기 체류가 아닌 정주형 이민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들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에 머문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의 2024년 12월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131만5,474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5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다. 건강보험 가입 자체가 원천 봉쇄된 비정규 체류 외국인까지 고려하면 의료보장 체계 바깥에 놓인 외국인의 실제 규모는 훨씬 크다. 이주민의 미충족 의료이용률은 28.2%로 내국인 11.5%의 두 배를 웃돌며, 미등록 이주 아동의 경우 이 수치가 52.1%까지 치솟는 것으로 보고됐다.

입법 과정의 쟁점… 상위법 용어 충돌과 90일 거주 요건 논란

이 조례안은 입법 과정에서 법제과와 수석전문위원의 수정 의견을 받았다. 법제과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가 ‘공공보건’을 ‘국민’을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어 ‘외국인의 공공보건 접근성’이라는 표현이 상위법과 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외국인의 의료보건 서비스 접근성’ 등으로 용어 수정을 제안했으나 최종 조례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지원 대상을 90일 이상 거주자로 제한한 제5조 제1항 제2호에 대해, 의료 공백 해소라는 인도주의적 목적과 보편적 기본권 보장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거주 기간 요건을 삭제해 수혜 대상을 넓히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의견은 향후 조례 개정 논의에서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외국인에 대한 의료비 직접 지원의 법률적 근거가 부재한 상황에서,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가 감염병 예방·모자보건 등 공익적 필요 분야에 한정하고 직접 의료비를 지원하지 않는 방식을 택한 것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현실적인 설계라는 평가도 있다.

해외 사례… 지방정부가 의료 공백을 메우는 방식

건강보험 등 국가 의료보장 체계에서 제외된 이주민에 대해 지방정부가 공공보건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식은 해외에서도 다양하게 운영된다. 미국의 경우 연방 차원에서 미등록 이민자에 대한 메디케이드 적용이 제한되지만, 캘리포니아·뉴욕 등 여러 주정부가 별도 예산으로 이민자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독일은 미등록 이주민도 긴급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의료통역 서비스와 이주민 대상 공중보건 캠페인을 지자체 단위에서 운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주민의 의료 접근성 보장이 전체 지역사회의 공중보건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을 공식 입장으로 밝히고 있다. 경기도의 이번 조례는 이 같은 국제적 흐름에서 지방정부 차원의 제도적 대응을 시작하는 첫 걸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주민 현장 간담회… “다국어 정보·공공의료원 통역 강화해달라”

경기도는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 시행을 앞두고 26일 성남시가족센터에서 외국인주민 명예대사, 이주민 당사자, 의료통역인과 병원 의료코디네이터 등이 참석하는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건강 예방·대응 정보의 다국어 제공 확대, 공공의료원 의료통역 서비스 강화, 의료통역 관련 전문교육 체계화 등을 제안했다. 이미 현장에서 의료통역인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직접 교육 체계화를 요청했다는 점은, 통역의 양적 확대만큼이나 질적 수준 관리가 중요하다는 현장의 인식을 보여준다.
윤현옥 경기도 이민사회정책과장은 “이주민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제시된 의견을 검토해 관련 정책과 사업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7월 한 달간 경기도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 외국인주민 명예대사와 협력해 유학, 이주배경청소년, 노동 분야 정책간담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 제정 이후의 과제… 협력의료기관 확보와 예산 뒷받침이 관건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협력의료기관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첫 번째 관건이다. 경기도와 협약을 체결해 외국인 대상 공공보건 서비스 제공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충분히 모이지 않으면 연계 체계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 또 보건복지부의 ‘외국인 근로자 등 의료지원 사업'(국가 차원)과 이번 조례 사업(도 차원)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고 연계될 것인지도 구체화돼야 한다. 수석전문위원 보고서가 제기한 90일 거주 요건의 형평성 문제, 협의체 구성 요건의 조례 직접 명시 여부 등 입법 보완 과제도 시행 과정에서 검토될 전망이다.

경기도 내 81만 외국인 주민 중 절반 이상이 5년 이상 정착해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을 더 이상 일시적 체류자가 아닌 지역 공동체의 장기 구성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건강보험 미적용 외국인이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응급실에서야 처음 의료 시스템을 만나는 현실은, 이들 개인의 문제이자 지역사회 전체의 보건안전 문제다. 이번 조례는 직접 의료비를 지원하지 않는 방식을 택하면서도 연계·통역·예방의 체계를 제도화했다. 그 설계가 현실에서 작동하는지는, 협력의료기관이 실제로 외국인 환자를 맞이하고 의료통역인이 진료실에 동행하는 장면이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일상이 되는 날로 가늠할 수 있다.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 가이드

「경기도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향상 및 협력체계 구축 조례」는 경기도의회 본회의 최종 의결 후 공포일부터 시행된다. 지원 대상은 건강보험 미적용 외국인 중 경기도에 90일 이상 거주하는 이들이며, 임산부·영유아·감염병 의심자 및 확진자는 우선 지원 대상이다. 지원 내용은 협력의료기관 연계, 의료통역 서비스, 예방접종 및 감염병 관리 정보 제공 등이며,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의료비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의료통역이나 보건의료 정보가 필요한 외국인 주민은 경기도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의정부 소재) 또는 거주 지역 가족센터·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조례 관련 정책 문의는 경기도 이민사회정책과(031-8030-4692)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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