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호프 DMZ, 17개국 어린이 200여 점이 임진각에서 말하는 평화

드로잉 호프, 1996년 남북 어린이 그림 편지에서 2026년 임진각 국제 전시까지
드로잉 호프 DMZ, 우크라이나·팔레스타인 등 분쟁지역 포함 17개국 작품 200여 점
드로잉 호프 뉴욕 유엔본부 전시 이어 임진각에서 한반도 평화와 국제 연대 잇는다

국제 어린이 평화그림전 드로잉 호프 웹포스터
국제 어린이 평화그림전 ‘드로잉 호프’가 파주 임진각 생태평화공원 종합관광센터 기획전시실과 전시회랑에서 개최된다.[사진=경기도]

임진각 생태평화공원서 국제 어린이 평화그림전 개막

경기도가 지원하는 국제 어린이 평화그림전 ‘드로잉 호프(Drawing Hope: Children’s Art for Peace)’가 26일 파주 임진각 생태평화공원 종합관광센터 기획전시실과 전시회랑에서 개막해 7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의 ‘2026년 한반도 평화기반 조성 및 국제평화교류 확대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개막식에는 김대순 경기도 행정2부지사와 미쉘 윈스롭 주한아일랜드대사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인사, 해외 평화활동가와 시민들이 참석했다. 개막식에 이어 세계 각국 평화활동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라운드테이블도 열려 어린이 평화교류와 국제협력의 미래를 논의했다.

1996년 남북 어린이 그림 편지에서 출발한 30년의 여정

드로잉 호프의 역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사단법인 어린이어깨동무는 ‘안녕? 친구야?’ 캠페인을 통해 남녘 어린이가 북녘 어린이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그림 편지를 모았다. 1998년 북녘 방문 시 남녘 어린이들의 그림을 전달하고 처음으로 북녘 어린이의 답장을 받아왔으며, 이후 남북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편지를 양쪽에 전달하고 시민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이어졌다. 어린이어깨동무는 2001년부터 약 20여 년 동안 동아시아 평화그림전을 개최하며 어린이들이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을 꾸준히 마련해 왔다.

이후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어린이 평화 그림전’으로 발전했고, 2023년부터는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국제 프로젝트 ‘드로잉 호프’로 확장됐다. 2023년부터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아일랜드 더블린, 미국 뉴욕 유엔본부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드로잉 호프 전시를 개최하며 국제 평화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유엔본부에서 임진각으로… 뉴욕 전시의 의미를 잇다

이번 임진각 전시는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드로잉 호프 뉴욕’ 전시의 직접적인 연장선이다. 유엔본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아일랜드 대표부의 부대사를 비롯해 어린이어깨동무 이기범 이사장, 미국친우봉사회 케리 케네디 국제부사무총장, 퀘이커 유엔 사무소 관계자, 경기도 평화협력과 관계자 등 국내외 인사들이 참석했다. 유엔 창설 8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 전시는 평화와 화해를 미래세대의 시선으로 풀어낸 국제 문화외교 행사로 주목받았다.

유엔본부에서 국제사회의 호평을 받은 이 전시의 흐름이 이제 분단의 현장인 임진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드로잉 호프 DMZ 전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전 세계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며 거둔 공감이 한반도 분단의 최전선에서 도민들과 직접 만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17개국 어린이 200여 점… 우크라이나·팔레스타인의 목소리도

이번 전시에는 남북한을 비롯해 일본, 미국, 아일랜드, 영국 및 북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캄보디아, 콜롬비아,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팔레스타인, 스리랑카 등 17개국 어린이들의 자화상과 평화그림, 공동작품 등 200여 점이 전시된다. 지난해 뉴욕 유엔본부 전시의 100여 점 규모에서 두 배로 확대됐으며, 참여 국가 면면에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과 분쟁을 경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아르메니아 어린이들의 작품이 새롭게 포함됐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역사적 배경을 가진 어린이들은 그림을 통해 장벽을 넘어 친구를 상상하고,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나누며 서로를 적이 아닌 한 사람의 친구로 만나고 있다. 분쟁 한복판의 어린이가 그린 그림이 분단의 접경지에서 전시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 전시의 언어이자 메시지다.

임진각의 상징성… 분단의 현장에서 열리는 평화의 전시

임진각은 한국전쟁 이후 민간인이 접근할 수 있는 남측의 최북단 관광지다.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북녘 땅이 시야에 들어오는 이 공간은 분단의 현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2016년 조성된 생태평화공원은 기존의 군사 통제 구역 일부를 시민에게 개방하면서 평화관광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매년 수십만 명의 국내외 방문객이 찾는 이 공간에 17개국 어린이들의 평화 그림이 걸린다는 것은, 분단을 직접 대면하는 공간에서 세계와의 연대를 동시에 경험하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어린이 평화교류의 국제 맥락… 아동과 예술, 평화구축의 접점

어린이를 매개로 한 국제 평화 활동은 드로잉 호프에 앞서도 다양하게 시도돼 왔다. 유네스코는 일찍부터 아동 미술을 통한 문화 간 이해와 평화교육의 가능성에 주목해 왔으며, 분쟁 지역 어린이들의 예술 활동이 트라우마 극복과 회복 탄력성 형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돼 있다. 드로잉 호프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전쟁과 갈등, 차별과 비인간화를 넘어 어린이들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평화로운 세상을 희망하는 국제 연대 활동으로, 분쟁 사회들을 연결하는 트랜스-로컬 시민사회 네트워크로 발전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드로잉 호프의 핵심 파트너 국가다. 북아일랜드 분쟁의 긴 역사를 가진 아일랜드가 한반도 분단 문제에 공감하며 어린이 평화교류에 참여하는 구조는,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문화 전시를 넘어 분쟁 사회 간 연대의 실천임을 보여준다. 이번 개막식에 주한아일랜드대사가 직접 참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경기도의 평화협력 사업과 드로잉 호프의 위치

경기도는 DMZ와 인접한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기반 조성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드로잉 호프 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은 단순 행사 후원을 넘어, 민간 시민사회단체인 어린이어깨동무가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온 평화교류 자산을 공공의 이름으로 확장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시기에도 어린이의 그림이라는 형식은 정치적 장벽을 비껴 갈 수 있는 통로였다. 경기도는 이 통로를 유엔본부까지 확장했고, 이번에는 다시 임진각으로 되돌아오게 만들었다.

김대순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어린이들의 그림은 언어와 국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평화를 이야기하는 가장 순수한 소통의 방식”이라며 “이번 전시가 한반도를 넘어 세계 곳곳의 갈등과 분쟁 속에서도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확산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드로잉 호프 DMZ가 의미 있는 이유는 전시 자체의 완성도나 규모만이 아니다. 한반도 최북단의 관광지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의 그림 옆에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그림이 걸리고, 그 옆에 남한 어린이와 북한 어린이의 그림이 나란히 걸리는 장면은 어떤 외교적 선언보다 직접적으로 분단과 분쟁을 공통의 언어로 묶어낸다. 30년 전 남녘 어린이가 북녘 어린이에게 그림 편지를 보냈던 그 첫 인사가 이제 17개국의 목소리로 확장돼 임진각에 도착했다. 전쟁과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2026년, 그 그림들이 묻는 질문은 단순하고 또 근본적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친구가 될 수 있는가.

드로잉 호프 DMZ 전시 이용 가이드

드로잉 호프 DMZ 전시는 6월 26일부터 7월 31일까지 파주 임진각 생태평화공원 종합관광센터 기획전시실과 전시회랑에서 열린다. 관람은 임진각 생태평화공원 운영 시간 내에 가능하며 별도 입장료는 없다. 임진각은 수도권전철 경의중앙선 문산역에서 버스 또는 택시로 이동하거나 자가용으로 자유로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다. 전시 관련 문의는 경기도 평화협력과(031-8030-2433)로 하면 된다. 전시 기간 중 국제 라운드테이블 등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으로, 세부 일정은 경기도 누리집(www.gg.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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