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실태모니터링 착수… 경기도, 1만 8천 명 실태 파악에 전국 광역지자체 처음 나서다

경기도 난민 실태모니터링,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 착수
전국 난민의 35.1% 경기도 거주… 설문 130명·심층면접 38명 병행
난민 실태모니터링 결과, 10월 발표 후 맞춤형 정책 수립에 활용

경기도 난민 실태모니터링 착수보고회 현장
경기도는 광역지자체 가운데 전국에서 처음으로 난민 대상 실태조사에 착수하여 ‘경기도 난민 실태모니터링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사진=경기도]

경기도,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 난민 실태모니터링 착수보고회 개최

경기도는 18일 의정부시 경기도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에서 ‘경기도 난민 실태모니터링 착수보고회’를 개최하고, 도내 난민의 생활 실태와 정책 수요 파악을 위한 본격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난민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는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이다.


이번 난민 실태모니터링은 지난해 9월 경기도의회 제386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경기도 난민 인권 보호와 기본생활 보장 조례’를 근거로 추진된다. 해당 조례 역시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제정된 것으로, 난민 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를 포함한 난민에게 주거, 교육, 의료, 고용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도지사가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례에는 긴급 생계비 지원, 의료·심리 상담, 취업·창업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포함됐다.

도내 난민 1만 8천169명… 전국의 35.1% 집중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2026년 3월 말 기준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에 거주하는 난민은 총 1만8천169명이다. 이는 도내 장기체류 외국인의 약 2.5%에 해당하는 수치이자 전국 난민의 35.1%에 달하는 규모로,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다. 2위인 인천(9.2%)과 비교해도 4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도내 난민 중에는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난민신청자’가 1만5천622명으로 전체의 86%를 차지한다. 반면 지역 내 외국인 중 난민이 차지하는 비율은 가평군(15.9%), 과천시(15.0%), 동두천시(12.2%), 연천군(9.3%) 등 주로 경기 북부와 외곽 지역에서 높게 나타나 지역별 편차도 두드러진다. 이처럼 규모와 분포 면에서 경기도는 명실상부 전국 최대의 난민 거주 지역이지만, 이들의 실제 생활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한 공식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설계와 일정… 설문 130명·심층면접 38명 병행

이번 난민 실태모니터링은 주거, 교육, 의료, 고용, 법률지원 등 ‘경기도 난민 인권 보호와 기본생활 보장 조례’에 규정된 지원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도는 설문조사 130명과 심층면접 38명을 병행해 지원 제도의 공백과 미비점을 발굴하고, 지역별·체류 자격별 맞춤 정책 제언을 도출할 방침이다. 설문과 면접을 동시에 운영하는 이 방식은 통계적 현황 파악과 함께 개별 난민의 경험과 필요를 질적으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설계다. 조사 일정은 7월 설문지 개발과 조사원 교육을 거쳐 8~9월 실제 조사가 실시되며, 최종 결과는 10월 발표된다. 조사 결과는 이후 경기도 난민 지원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국 난민제도 30년… 축적된 인정 기록, 여전히 좁은 문

한국의 난민제도는 1994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가입에 따른 난민 심사 개시로 출발했다. 2012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독립적인 난민법을 제정해 2013년부터 시행했다. 이후 난민 신청 건수는 꾸준히 늘어 2023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1만8천837건을 기록했으나,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25년까지 30여 년간 누적 난민 인정자는 총 1천679명에 그쳤다. 전체 심사 완료 건수 대비 인정률은 2.7%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총 2천727명으로, 난민 인정자와 인도적 체류허가자를 합산한 보호율도 낮은 편이다. 2025년 신규 난민 인정자는 135명으로, 심사를 통해 정식 난민 지위를 얻기까지의 과정은 여전히 좁고 길다.

언어 장벽·주거 불안·취업 어려움…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

경기도가 이번 실태조사에 나선 배경에는 난민의 특수한 취약성에 대한 인식이 있다. 도는 난민이 전쟁, 박해, 분쟁 등으로 인한 비자발적 이주라는 점에서 일반 이주민과 근본적으로 다른 출발점을 가지며, 이들의 필요를 기존 외국인 지원 정책만으로 충족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발간한 정책보고서는 경기도 내 난민들이 언어 장벽, 주거 불안, 취업 및 사회서비스 접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역 기반 통합모델 구축, 한국어 교육, 취업역량 강화, 정보 접근성 확대 등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이 같은 선행 연구의 문제 제기를 공식 행정 절차로 이어받아 실증 데이터를 통해 정책 설계의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이다.

지자체 최초 자문위원회 구성… 현장 간담회로 이어진다

경기도는 이번 착수보고회에 앞서 지난달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난민 지원 정책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촉식과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자문위원회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문가·현장 의견을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오는 7월에는 난민 밀집 지역에서 자문위원회 현장 간담회를 열어 지역 실정에 맞는 지원 방안을 직접 청취할 계획이다. 이처럼 조례 제정-자문위원회 구성-실태모니터링 착수로 이어지는 경기도의 일련의 조치는 난민 지원을 단발성 행정이 아닌 제도적 체계로 정착시키려는 방향을 뚜렷이 보여준다.

유럽과의 격차, 지방정부의 역할이 변수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국제적으로도 낮은 편에 속한다. 일부 유럽 국가의 난민 인정률이 30~4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한국은 중앙정부 중심의 난민 심사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정 이후 정착 지원 역시 국가 차원에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런 맥락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난민인권 분야 연구자들은 지역·도시 정부가 중앙정부와는 다른 관점과 실천력으로 난민 인권 개선을 이끌 수 있는 주요 사회집단이라고 평가한다. 경기도의 이번 실태모니터링은 이러한 역할론을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10월 결과 발표 이후… 지역별·자격별 맞춤 정책으로

경기도는 난민 실태모니터링을 통해 단순 현황 파악에 그치지 않고, 조사 결과를 지역별·체류 자격별로 세분화해 실효성 있는 정책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도내 가평, 과천, 동두천 등 난민 밀집 비율이 높은 외곽 지역과 대도시 지역의 생활 여건이 상이한 만큼, 일괄적 지원보다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또 난민 인정자, 인도적 체류자, 난민신청자 등 법적 지위에 따라 서비스 접근성이 달라지는 현실을 감안해 자격별 공백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이번 조사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김성환 경기도 이민사회지원과장은 “난민들이 사회적 고립이나 빈곤에 처하지 않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공동체 통합과 갈등 예방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조사를 통해 난민 지원제도의 공백과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지역별·체류자격별 특성을 반영한 정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이번 착수보고회를 통해 시작한 난민 실태모니터링은 단지 조사 한 건으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이 조사가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지려면, 결과 발표 이후 조례가 규정한 지원 항목들이 예산과 행정 집행력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전국 난민의 3분의 1 이상이 경기도에 거주하는 현실은 경기도에 부담인 동시에, 전국적 정책 기준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쟁과 박해를 피해 비자발적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법적 지위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언어를 배우고, 일자리를 찾고, 의료서비스에 접근하며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경기도가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 이번 실태모니터링은 그 첫 공식적인 물음표이자 출발점이다.

난민 실태모니터링 및 지원 정책 이용 가이드

경기도 난민 실태모니터링 조사는 도내 거주 난민(난민 인정자, 인도적 체류자, 난민신청자 포함)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조사 참여 대상은 설문조사 130명, 심층면접 38명이며, 7월 설문지 개발과 조사원 교육을 마친 뒤 8~9월 중 조사가 실시된다. 조사 결과는 10월에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난민으로서 주거, 교육, 의료, 고용, 법률 지원 등의 정보가 필요한 경우, 의정부시 소재 경기도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에 문의하거나 경기도 이민사회지원과(031-8030-4683)로 연락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경기도는 올해 7월 중 난민 밀집 지역에서 자문위원회 현장 간담회도 개최할 예정으로, 정책 수요나 생활 현장의 의견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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