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배달 소통마차, 연천 34곳 돌며 식품사막 뚫는다

행복배달 소통마차, 6일 연천군 중면 횡산리서 첫 시동
농어촌기본소득과 맞물려 소득과 소비를 잇는 연결고리로
판매를 넘어 건강·심리 상담까지, 취약계층과 함께하는 이동장터

연천군에서 시범운영하는 행복배달 소통마차 사진
경기도는 생필품 구매가 어려운 농어촌 지역 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이동식 가게인 행복배달 소통마차를 시범운영한다.[사진=경기도]

행복배달 소통마차, 연천군 중면 횡산리서 첫 시동을 걸다

경기도가 생필품 구매가 어려운 농어촌 지역의 식품 사막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이동식 가게, 행복배달 소통마차를 6일부터 연천군에서 시범운행한다. 행복배달 소통마차는 6일 연천군 중면 횡산리를 시작으로 도내 첫 운행에 나섰다. 매달 15만 원씩 지급되는 농어촌기본소득을 받지만 정작 생필품을 살 가게나 식당 등 소비할 곳이 없던 접경지역 주민들을 위해 경기도가 마련한 사업이다.

특수 개조 냉장·냉동 탑차, 판매와 구매대행을 함께 맡다

행복배달 소통마차 운영 지원사업은 농어촌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경기도의 신규 사업이다. 특수 개조된 냉장·냉동 탑차에 식품과 생필품을 싣고 상권이 붕괴된 마을을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판매하며, 구매대행도 신청할 수 있다.

거동 불편한 독거노인까지…맞춤형 복지서비스 병행

행복배달 소통마차는 물품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맞춤형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문 시에는 건강과 심리 상담 서비스도 함께 지원해, 물품 공급과 돌봄을 결합한 지역 밀착형 생활 복지 서비스로 운영된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지역과 겹친 우선 선정, 이유가 있다

경기도는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구소멸지역이자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인 연천군을 우선 선정 지역으로 확정해 사업을 준비해왔다. 주민들이 매달 받는 농어촌기본소득을 행복배달 소통마차에서 지역화폐 카드로 즉시 결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완비했다. 기본소득을 통한 소득 보장과 행복배달 소통마차를 통한 물품 공급이 패키지로 묶이면서 정책적 소비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경기도는 기대하고 있다.

6개 면 34개 마을, 두 달간 시범운영 뒤 9월 정식 가동

이번 운행은 7월 6일부터 8월 21일까지 두 차례에 걸친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연천군 내 6개 면지역, 34개 마을회관과 복지시설을 주 5일간 순회한다. 공개된 요일별 시간표를 보면 월요일에는 중면과 왕징면, 화요일에는 왕징면과 미산면, 군남면, 수요일에는 청산면 일대를, 목요일에는 왕징면과 미산면 일부를, 금요일에는 장남면과 연천읍, 전곡읍 지역을 각각 순회하도록 짜여 있다. 경기도는 매출액과 이용객수, 인기품목 등을 정밀 모니터링해 오는 9월부터 최종 확정된 노선으로 정식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본소득의 온기를 식탁으로”…정책 담당자가 밝힌 취지

이문무 경기도 농업정책과장은 “행복배달 소통마차는 농어촌기본소득으로 살아난 지역경제의 온기를 실제 주민들의 식탁과 생활 속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상점이 전멸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고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식품사막, 199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식품사막이라는 용어는 1990년대 영국의 한 공공주택 지역에서 신선식품을 쉽게 구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됐다. 일본은 거주지 반경 500미터 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노인을 장보기 약자로 규정하고, 미국은 거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반경 800미터 이내에서 식품 소매점에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을 식품사막으로 정의한다. 국내에서는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겹치며 이 개념이 농촌 소멸 위기를 경고하는 맥락에서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경기 포천의 소흘농협은 2019년부터 지자체와 협력해 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행복장터를 운영해왔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부터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왔다. 행복배달 소통마차 역시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행정리 73.5%에 소매점 없다…통계로 본 식품사막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3만7563곳 행정리 가운데 소매점이 없는 곳은 2만7609곳으로 전체의 73.5퍼센트에 달한다. 소매점이 없는 행정리 비율이 90퍼센트를 넘는 시·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도 6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의 질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영양소섭취부족자 비율은 읍·면 지역에서 2014년 9.3퍼센트였으나 2023년에는 17.5퍼센트로 크게 뛰었다. 식품 접근성 저하가 실제 건강 지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국 확산하는 이동장터…포장육 판매까지 허용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전남 영광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를 통해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을 연내 추진한다고 밝히며 지자체와 농협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후 정부는 차량과 기자재 구입비를 지원하고 지자체와 농협이 운영을 맡는 방식으로 전국 18곳에서 이동장터를 시범 추진했으며, 올해는 9개 시·군에서 찾아가는 이동장터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동 판매 차량에서 포장육과 달걀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제도적 뒷받침에도 나섰다.

포천 행복장터부터 영암 기찬장터까지…전국의 이동식 마트

행복배달 소통마차와 유사한 시도는 이미 전국 곳곳에서 확인된다. 전남 영광 묘량면의 여민동락공동체는 2011년부터 매주 2회 42개 마을을 순회하며 생활필수품을 판매해왔다. 경기 포천 소흘농협의 행복장터는 2019년부터, 전남 영암농협의 동네방네 기찬장터는 2022년부터 각각 지역 마을을 순회하며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 이동식 마트는 상품 판매보다 복지사각지대 주민의 쇼핑권 보장과 행정서비스 제공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행복배달 소통마차가 건강·심리 상담을 함께 병행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실속과 연결, 공존이 만나는 지점

행복배달 소통마차의 실속은 식품 접근권 자체를 보장한다는 데 있다. 상점이 사라진 마을에 물건을 직접 가져다줌으로써 이동이 어려운 고령 주민의 생활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준다. 연결의 지점은 농어촌기본소득이라는 소득 정책과 이동장터라는 소비 인프라가 지역화폐 결제 시스템으로 하나로 묶였다는 데 있다. 소득만 지원하고 쓸 곳이 없던 정책의 공백을 메운 셈이다. 공존의 가치는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대상 맞춤형 배달과 건강·심리 상담에서 드러난다. 단순 유통 서비스를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접점을 지역 사회에 남기려는 시도로 읽힌다.

전문가들 “이동장터, 지속성과 법·재정 기반이 관건”

국회입법조사처는 식품사막화에 따른 식품접근성 약화 문제를 다룬 현안분석에서, 이동장터 대책이 부처별로 분절돼 추진되는 데다 법·재정적 기반도 약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운영 인력을 농협 등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정부 지원이 지역에 새로운 경제 주체를 만들어내는 결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런 지적에 비춰보면 경기도가 이동장터와 농어촌기본소득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하고 도가 직접 사업 주체로 나선 것은, 지속성 논란에 대한 나름의 해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9월 정식 운영 이후 예산과 인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관건으로 남는다.

9월 정식 운영, 연천 인구 반등과 맞물릴 수 있을까

연천군은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시행 이후 지역화폐 매출이 크게 늘고 인구도 순증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된 기본소득 가운데 상당액이 실제 소비로 이어졌고, 인접 시군에서 전입한 인구도 상당수 확인됐다. 행복배달 소통마차가 이 소비 흐름을 접경지역 오지 마을까지 넓히는 역할을 할 경우, 기본소득의 소비 진작 효과가 한층 촘촘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가 9월 정식 노선을 확정한 이후 연천군을 넘어 다른 인구감소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할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행복배달 소통마차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소득을 보장하는 것만으로 지역이 살아나는가 하는 것이다. 매달 15만 원의 기본소득이 지급돼도 그 돈을 쓸 가게가 마을에 없다면 정책의 온기는 주민의 삶에 닿지 못한다. 경기도가 이번 사업을 통해 소득 정책과 유통 인프라를 하나의 체계로 묶은 것은,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소외와 인구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함께 풀어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시범운영 기간의 매출과 이용객 수만으로 노선을 확정하다 보면, 방문 빈도가 낮은 오지 마을이 오히려 정식 노선에서 배제될 위험도 있다. 행복배달 소통마차가 숫자상의 효율을 넘어 가장 소외된 마을까지 챙기는 방향으로 다듬어질 때, 실속과 연결과 공존이라는 세 가치가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행복배달 소통마차 이용 가이드

행복배달 소통마차는 7월 6일부터 8월 21일까지 연천군 6개 면지역 34개 마을회관과 복지시설을 요일별로 순회한다. 월요일은 중면 횡산리와 삼곶리, 군남면 옥계3리·1리·선곡리, 왕징면 북삼리, 군남면 삼거리·왕림리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방문한다. 화요일은 왕징면 무등리, 미산면 우정리, 군남면 진상2리·1리·황지2리, 남계1리·2리, 황지1리를 순회하며, 수요일은 청산면 장탄1리·2리, 대전1리, 초성4리·2리·3리를 찾는다. 목요일은 왕징면 동중리·노동리, 미산면 백석리·유촌리·아미2리·마전리·삼화리를, 금요일은 장남면 원당1리·자작리·원당3리·2리, 연천읍 백석지역아동복지센터, 전곡읍 겸손의집을 각각 방문한다. 이용을 원하는 주민은 해당 요일과 시간에 마을회관 앞으로 나오면 현장에서 물품을 구매하거나 구매대행을 신청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031-835-0879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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