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상반기 건축허가면적 7배 급증…반도체·의료바이오 첨단기업이 이끌었다
침체 건설경기 뚫은 경기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상반기 건축허가면적 5만7천㎡
한덕화학 반도체 현상액·서울대치과병원·디에이치 공장, 경기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견인
안산ASV 신규 지정에 고양·수원·파주까지, 경기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무대 넓어진다

건설경기 침체 속 역주행한 경기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국내 건설경기가 2022년 이후 착공면적 지속 감소, 건설기성 급락 등 구조적 침체 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 경기경제자유구역은 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9% 감소했으며, 2026년에도 약 2% 수준의 제한적 반등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환경에서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건축 행정지표는 이례적인 성과를 보여준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은 2026년 1월부터 6월까지 평택 포승, 시흥 배곧, 안산사이언스밸리 지구의 건축 행정지표를 분석한 결과, 경기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성과가 지표로 뚜렷하게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건축허가 건수는 10건으로 전년 동기 4건 대비 2.5배 증가했고, 건축허가 면적은 5만 7,683㎡로 전년 동기 8,265㎡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착공 건수는 6건으로 전년 동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허가면적 급증 이끈 두 축, 반도체 소재와 의료바이오
이번 경기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실적을 견인한 핵심 사례는 두 가지다. 평택 포승BIX 지구에 들어서는 친환경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디에이치 주식회사의 평택공장 신축사업으로 2만 1,411㎡이 건축허가를 받았고, 시흥 배곧지구 의료바이오 클러스터 내 서울대치과병원 신축사업 9,131㎡이 그 뒤를 잇는다.
착공 지표에서는 한덕화학 평택공장이 주목을 받는다. 한덕화학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현상액 제조기업으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SK하이닉스·DB하이텍 등 국내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에 핵심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이 기업은 총 1,300억 원을 투자해 3만 2,216㎡ 규모의 평택 포승BIX 지구 내 공장을 짓는다. 2024년 12월 경기경제자유구역청과 투자협약을 체결한 뒤 2026년 6월 착공식을 열었다. 시흥 배곧지구의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신축사업 8,992㎡도 상반기 주요 착공 사례다.
김능식 경기경제자유구역청장은 “한덕화학의 투자가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평택 포승지구는 K-반도체 벨트의 서해안 관문이자 첨단소재 산업의 전략 거점”이라고 밝혔다.
고순도 현상액(TMAH), 한국·대만·일본·미국만 생산 가능한 핵심 소재
한덕화학이 생산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현상액은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TMAH)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미세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 현상 공정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다. 고순도 반도체용 현상액은 현재 한국, 대만, 일본, 미국만이 생산 가능한 전략 소재이며, 한덕화학은 1995년 롯데정밀화학과 일본 도쿠야마의 50대 50 합작사로 출범한 이후 이 분야 국내 유일 기업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기존 울산 생산시설에 평택 수도권 거점을 추가함으로써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와의 물류 접근성이 높아지고, 공급망 안정성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경기도는 평택 포승·현덕지구를 포함해 용인, 이천, 화성, 안성 등 반도체 거점을 연결하는 K-반도체 벨트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흥 배곧, 서울대병원·종근당 2조 2천억 투자로 의료바이오 클러스터 완성 단계
시흥 배곧지구에서는 의료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흥배곧서울대병원은 총사업비 5,872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6만 7,505㎡, 지상 12층, 800병상 규모로 건립된다. 27개 진료과와 암센터·심뇌혈관센터·응급의료센터 등 6개 전문 진료센터를 갖추며 2029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료와 연구가 융합된 미래형 병원으로 경기 서남부권 유일의 국가중앙병원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종근당이 배곧지구 7만 9,791㎡ 용지에 2조 2,000억 원 규모의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복합 연구개발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이 밀집한 배곧지구는 연구·임상·생산의 전 주기를 한 지역 안에서 완결하는 수도권 서남부 바이오 거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3개 특화 지구 맞춤 전략산업 경기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은 지역별 특성에 맞춘 3개 지구를 운영하고 있다. 평택 포승BIX 지구는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생산 클러스터로 구축 중이다. 2023년 일본 도쿄오카공업, 현대모비스, 에어프로덕츠 등과의 투자협약에 이어 2026년에도 자동차부품·반도체·화학 제조기업 5곳이 640억 원 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등 첨단 제조기업 집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흥 배곧지구는 육해공 무인이동체와 의료바이오 클러스터 거점으로 조성 중이고, 안산 ASV지구는 글로벌 연구개발 기반 첨단로봇·제조 비즈니스 거점으로 개발된다.

세 지구는 산업 특성이 뚜렷하게 다르다. 평택은 반도체 소재·미래 모빌리티의 생산 거점, 배곧은 바이오 연구·임상의 클러스터, 안산은 첨단 로봇·제조의 연구개발 허브로 역할이 분화돼 있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은 관세·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과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앞세워 경기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를 뒷받침하고 있다.
경기경제자유구역의 역사적 맥락, 2008년 지정 후 18년의 여정
경기경제자유구역은 2008년 5월 처음 지정됐다. 같은 해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국내 경제자유구역 전체 기준 사업체 수 44.9%, 매출 59.7%, 투자 56.9%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하는 동안, 경기경제자유구역은 지정 후 장기간 개발이 지연되며 성과가 더디게 쌓였다.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경제자유구역 입주사업체 실태조사에서 경기경제자유구역 내 입주 사업체는 55개로 전국 경제자유구역 대비 점유율 0.6%, 매출 0.3%, 투자 0.5% 수준에 머물렀다. 인프라와 입주기업이 동시에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구조적 한계였다. 2026년 상반기의 건축허가면적 7배 급증은 이런 지연의 시간을 넘어 실질 투자가 쌓이기 시작하는 전환점으로 읽힌다.
안산ASV 지정에 고양·수원·파주까지, 경기경제자유구역 판 키운다
경기경제자유구역은 확장 국면에 있다. 2026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안산사이언스밸리(ASV) 지구를 경기경제자유구역 신규 지구로 공식 지정하면서 구역 면적이 늘었다. 안산 사동 일원 1.66㎢ 부지가 편입됐으며, 사업 기간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총사업비 4,105억 원이 투입된다. 경기도는 이를 통해 2조 2,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만 2,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은 고양(송포·가좌, 장항·대화 지구), 수원(권선구 서수원 일원 3.24㎢), 파주(교하동 일원 5.43㎢)의 추가 지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수원은 반도체 첨단산업, 파주는 미디어콘텐츠·디스플레이·첨단의료 바이오산업 거점으로 각각 구상하고 있다. 전국 경제자유구역 전체 면적 271㎢에 비해 경기경제자유구역 기존 면적은 5.24㎢에 불과했다. 추가 지정이 완료되면 경기도 위상에 걸맞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경제자유구역 성과, 전국 비교와 업계 동향
전국 경제자유구역의 실적 추이를 보면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충북, 동해안, 강원 등이 운영되고 있다. 2024년 실태조사 기준 대구·경북은 사업체 수 1,052개, 매출 14조 2,111억 원, 수출 1조 6,087억 원을 기록했다. 인천은 매출 113조 2,602억 원으로 압도적 선두를 유지한다. 경기경제자유구역은 지정 역사가 짧고 인프라 조성 단계가 늦어 저조한 실적에서 출발했으나, 최근 반도체·바이오·로봇 등 국가 전략산업과 경기경제자유구역의 특화 방향이 맞물리면서 투자 유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 공급망에서 경기경제자유구역의 평택 포승지구가 차지하는 지리적 위치는 향후 글로벌 소부장 기업 유치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규제의 역설, 경제자유구역이 돌파구가 될 수 있는가
수도권 규제는 역설적으로 경기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제자유구역은 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들이 수도권 인프라와 인력을 활용하면서도 각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합법적 우회로다. 외국인 투자기업에는 국세 5년간 100% 면제, 지방세 최장 15년간 전액 감면 등이 적용된다. 이 같은 구조는 수도권 규제가 오히려 경기경제자유구역의 입지 매력을 높이는 역설을 만든다. 경기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면적이 확대되면 규제의 담 안에서 움직일 수 없었던 기업 수요를 흡수하는 수용 용량이 커진다는 뜻이다.
김능식 경기경제자유구역청장은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외 유망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해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기업의 다양한 민원을 선제적으로 청취하고 신속하게 해결해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최적의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년 상반기 경기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의 성과로 나타난 건축허가면적 7배 급증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18년에 걸친 더딘 출발 끝에 반도체 소재·의료바이오·첨단로봇이라는 뚜렷한 산업 정체성을 갖추기 시작했고, 안산ASV 지정과 고양·수원·파주 추가 지정 추진이 맞물리면서 경기경제자유구역은 ‘소규모 경제특구’에서 경기도 산업지도의 핵심 축으로 도약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이 전환이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파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착공·준공·가동의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시간을 좁히는 것이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의 다음 과제다.
경기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가이드
경기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거나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은 경기경제자유구역청 홈페이지(ggfez.gg.go.kr) 또는 대표 전화(031-8008-8592)를 통해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입주기업에는 관세·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이 제공되며, 인허가 절차를 일괄 지원하는 원스톱 행정서비스도 운영된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우 투자 규모에 따라 국세 최대 5년 100% 면제, 지방세 최장 15년 전액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산업시설 용지 공급 현황과 입주 가능 부지는 경기경제자유구역청 공고란에서 확인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