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취락 정비사업 숨통 틔나, 2만 호 공급 길 열린 30곳의 오랜 기다림
해제취락 정비사업, 공공주택지구 착공만 해도 용도지역 상향 즉시 허용
자율·가로주택 정비사업 추가로 해제취락 정비사업 선택지 대폭 확대
분할 단계 개발 허용으로 해제취락 정비사업 무산 사례 줄어들 전망

국토교통부가 개발제한구역 해제취락 정비사업 관련 지침을 개정해 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경기도 내 30개 해제취락에서 약 2만 161호 규모의 주택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번 개정은 해제취락 정비사업의 용도지역 상향 요건을 완화하고 사업 방식을 다양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가 핵심 정책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이미 그린벨트에서 해제됐지만 규제에 묶여 개발이 정체됐던 땅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공급 기반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준공 요건에서 착공 요건으로
기존 지침은 그린벨트 해제취락이 용도지역 상향을 받으려면 인접한 공공주택지구가 준공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공공주택지구 준공까지는 통상 수년에서 십수 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해제취락 주민들은 저층 건물만 허용되는 규제 아래 사실상 개발이 묶인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됐음에도 인접 신도시 완공이라는 외부 조건에 종속된 구조였다.
해제취락은 그린벨트 지정 이전부터 존재하던 자연 마을로, 해제 이후에도 용도지역이 낮게 유지돼 아파트 등 고밀도 주거 건물을 올리기 어렵다.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용도지역 상향이 필수적이지만, 준공 요건이라는 높은 문턱이 해제취락 정비사업 추진을 사실상 가로막아왔다.
이번 개정은 이 요건을 준공에서 착공으로 바꿨다. 인접 공공주택지구가 착공에 들어간 시점부터 해제취락의 용도지역 상향 신청이 가능해진다. 신도시 공사 시작과 동시에 해제취락 정비사업도 병행 추진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이 변화가 실질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공공주택지구 착공과 해제취락 정비사업 사이의 시간적 공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의 적용 대상은 도내 12개 시군 17개 공공주택지구와 인접한 30개 해제취락으로, 전체 면적은 약 285만 제곱미터다. 도는 주민 동의 등 사업 추진 여건이 갖춰질 경우 이들 지역에서 약 2만 161호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한다.
부천 대장 지역이 첫 수혜 사례다. 2020년 5월 지구 지정, 2023년 8월 착공에 들어간 부천 대장 공공주택지구와 맞닿은 대장안 해제취락은 기존 지침 아래서는 지구가 준공될 때까지 해제취락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다. 이번 개정으로 즉시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소규모 정비사업 방식 추가, 분할 개발도 허용
사업 방식도 다양해졌다. 기존에는 해제취락 정비사업이 도시개발사업이나 재건축·재개발 방식으로 사실상 한정돼 있었다. 대규모 정비가 전제되는 방식이어서 규모가 작거나 주민 동의 확보가 어려운 취락은 사업 착수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정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현실적으로 추진이 불가능한 해제취락이 상당수 존재해왔다.
개정 지침은 자율주택 정비사업과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해제취락 정비사업 방식에 새로 추가했다. 자율주택 정비사업은 단독·다세대 주택 2~3채 이상의 소규모 구역에서 주민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며,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기존 가로를 유지하면서 블록 단위로 노후 주택을 정비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대규모 재개발에 비해 추진 요건이 낮고 사업 기간이 짧아, 소규모 해제취락이나 주민 동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구역 분할 개발도 조건부로 허용된다. 기존에는 하나의 해제취락을 여러 구역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다. 마을 전체를 일괄 정비해야 한다는 요건이 일부 구역 주민의 반대만으로도 해제취락 정비사업 전체가 무산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사업 참여 의사가 있는 주민들이 반대 주민들로 인해 정비 기회 자체를 잃는 사례가 반복돼왔다.
앞으로는 15m 이상의 도로·철도·하천으로 마을이 단절된 경우 구역을 분할해 단계적으로 해제취락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고양 삼송취락이 대표적 수혜 사례로 꼽힌다. 도로로 단절된 구역 간 주민 참여 난항으로 사업이 지체돼 온 삼송취락은 이번 개정으로 2~3개 구역으로 나눠 단계적 추진이 가능해졌다.
도, 추가 제도 개선 건의 이어가겠다
경기도 관계자는 “용도지역 상향 요건이 공공주택지구 착공 시점으로 앞당겨지고, 사업 방식과 시행 방법까지 완화되면서 도내 해제취락 정비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린벨트에서 해제됐음에도 여전히 불합리한 규제에 얽매여 고통받는 도민이 없도록 앞으로도 적극적인 제도 개선 건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침 개정은 국토교통부 차원의 전국 지침 개정이지만, 경기도는 앞으로도 해제취락 관련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제도 개선 건의를 중앙 정부에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그린벨트 면적이 가장 넓은 광역자치단체이자 해제취락 주민이 가장 많이 분포한 지역으로, 이번 개정의 실질적 수혜 규모가 타 시도에 비해 크다.
이번 지침 개정의 핵심은 새로운 택지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린벨트에서 해제됐지만 제도적 공백 속에 정체됐던 해제취락 정비사업의 현실적 추진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용도지역 상향 요건 완화, 소규모 정비사업 방식 추가, 분할 개발 허용이라는 세 가지 변화가 맞물리면서, 그동안 각기 다른 이유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온 30개 해제취락에 각각의 해법이 생겼다. 약 2만 호라는 공급 추산치가 실현되기까지는 시군별 사업 추진 속도와 주민 동의 확보 과정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지만, 제도적 장벽이 낮아진 것 자체가 해제취락 정비사업의 출발 조건을 바꾼다.
해제취락 정비사업 이용 가이드
이번 지침 개정은 6월 9일부터 즉시 시행된다. 경기도 내 12개 시군 17개 공공주택지구와 인접한 30개 해제취락이 적용 대상이다. 해당 취락 주민은 거주 시군 도시계획 부서에 정비사업 추진 가능 여부를 문의할 수 있다. 인접 공공주택지구가 착공된 경우 용도지역 상향 신청이 즉시 가능하며, 자율주택 정비사업·가로주택 정비사업 등 소규모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15m 이상 도로·철도·하천으로 단절된 취락은 구역 분할 단계적 개발 신청도 가능하다. 경기도 공간전략과(031-8008-6184)로 문의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