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 수도권 배제에 경기도와 31개 시군 공동 대응체계 가동
정부의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 내 수도권 배제 및 비수도권 우대 조항에 대응하는 긴급 현안회의 개최
용인, 평택, 화성, 경기 북부 등 도내 시군별 특성에 따른 반도체 산업 위축 및 지역 경제 피해 우려 공유
반도체 올케어 전담조직 연계 및 서울, 인천 등 타 수도권 지자체와의 공조를 통한 공동 대응체계 구축

경기도는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안)에 포함된 수도권 배제 조항에 강력하게 대응하고자 도-시군 공동 대응체계 구축에 전격 나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지난 5월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시행령(안)의 수도권 배제 및 비수도권 우대 조항을 삭제해 달라는 의견서를 공식 제출한 데 이어, 5월 28일 경기도청 율곡홀에서 현병천 미래성장산업국장 주재로 도내 시군 실·국장과 차세대융합기술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한국나노기술원 등 산하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 수도권 배제 관련 도-시군 긴급 현안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조치는 현재 도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대규모 첨단 산업 벨트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대한민국 전체의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지켜내기 위해 도민들의 실속을 챙기고 지역 간 유기적 연결을 공고히 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K-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근간을 흔드는 수도권 배제 조항의 모순점과 전문가 지적
현재 경기도는 용인, 평택, 이천, 화성, 성남 등을 남북으로 연결하며 총 1,126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K-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이 거대한 생태계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앵커기업은 물론이고 ASML, AMAT, LAM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및 소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입법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 제15조 등에 반도체클러스터 지정 요건으로 수도권 외 지역을 못 박으면서 심각한 정책적 혼선이 야기됐다.
이날 긴급 현안회의에 참석한 특별법 제정안 참여 전문가는 정부의 이번 시행령(안)이 지닌 제도적 정합성 오류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용인과 평택 등을 주축으로 한 K-반도체 전략을 국가 과제로 추진해왔는데, 이제 와서 시행령을 통해 수도권을 원천 배제하는 것은 기존 정부 정책 방향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법안 내부적으로 제15조의 수도권 배제 문구와 함께 다른 조항에는 수도권 외 지역 우대라는 표현이 중복으로 들어가 있는 등 법률 구조상의 정합성도 결여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미국, 일본, 대만 등 글로벌 경쟁국들이 자국의 기존 반도체 거점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시키는 집적화 전략을 쓰는 상황에서, 한국만 인위적으로 수도권을 배제하는 방식은 국가 반도체 경쟁력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어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 차질과 앵커기업 배후도시 조성 타격 등 시군별 구체적 피해 우려
긴급 현안회의에 참석한 경기도 내 각 시군 실·국장들은 정부의 이번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이 제정될 경우 지역 현장에서 발생할 구체적인 피해 유형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시군들이 제기한 피해 우려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집약된다.
첫 번째는 그동안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어렵게 진행해 온 외국인 투자기업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 전략의 동력 상실이다. 오산시는 글로벌 장비기업인 AMAT 등과 연계하여 공을 들이던 연구단지 조성 사업의 차질 가능성을 제기했고, 부천시는 DB하이텍과 연계해 추진 중이던 외국기업과의 투자 협의에 부정적 기류가 흐를 수 있음을 경고했다. 과천시 또한 지식정보타운과 방첩사, 경마장 부지를 활용하려던 AI 및 AX 신산업 육성 전략의 악영향을 우려했으며, 시흥시는 피지컬 AI 특화지역 조성 등 전략산업 생태계 전반의 위축을 가리켰다. 아울러 성남시는 판교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팹리스 10배 육성 전략이 이번 수도권 배제 조항과 충돌하면서 심각한 정책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피해 유형은 대기업 앵커기업과 연계하여 도약하려던 배후 지역 조성 사업의 전면적인 타격이다. 평택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삼성전자 5·6공장과 연계해 추진하던 배후지역 개발 및 추가적인 소부장 기업 투자 유치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것을 우려했다. 화성시 역시 야심 차게 준비하던 제3기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공모 과정에서 이번 시행령(안)이 악재로 작용해 지역 산업계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고 전했으며, 수원시도 삼성전자 본사 및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연구특화지역 지정과 경제자유구역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토로했다.
경기 북부 중첩규제 심화 극복을 위한 전방위적 연대 및 향후 대응 계획
마지막으로 제기된 심각한 문제는 수도권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오랜 세월 역차별을 받아온 경기 북부 및 접경지역의 절망감이다. 연천군과 가평군은 인구감소지역이자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수십 년 동안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온갖 중첩규제를 묵묵히 감내해왔음에도, 이번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에서조차 수도권 잣대에 묶여 첨단 산업 유치의 기회마저 박탈당하게 생겼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양시는 그렇지 않아도 산업 성장이 정체되고 지자체 산업단지 분양이 저조한 상황에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 시대를 대비한 거점 성장 잠재력까지 원천 봉쇄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으며, 의정부시는 반환공여구역과 경제자유구역 개발 전략이 또다시 규제에 막힐 위기를 언급했다. 김포시 또한 공항과 항만을 배후에 둔 첨단산업 발전 잠재력이 무궁무진함에도 미래 성장동력이 조기에 꺾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병천 경기도 미래성장산업국장은 현안회의를 마무리하며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타이밍과 실행 속도가 생명인데, 단지 수도권이라는 행정구역 경계를 이유로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은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위라며 도와 시군이 확고한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해 정부를 설득하고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가 최종 시행령에 반드시 반영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향후 자체적인 반도체 올케어 전담조직(All-Care TF)을 중심으로 시군 및 산하 유관기관과의 상시 협력 채널을 가동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용인·평택 등 생산거점 도시, 안산·화성·오산 등 소부장 특화 도시, 경기 북부·동부권 규제지역 등 각 시군의 입지 여건과 산업적 특성을 정밀하게 반영한 맞춤형 공동 대응 논리를 정립하기로 했다. 나아가 동일한 위기에 직면한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등 인근 수도권 광역 지자체는 물론 관련 연구기관들과도 촘촘한 공조 체계를 넓혀가며, 향후 정부의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과 관계기관 공식 협의 과정에서 단일화된 거대한 목소리로 공동 대응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