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기후 챕터, 경기도서관·경희대 손잡고 10월 개막
경기도서관·경희대, 19일 경기 기후 챕터 업무협약 체결
첫 챕터 ‘빌린 것들의 목록’, 10월 18일부터 25일까지 진행
경기 기후 챕터, 환경 작가 14명 강연으로 시민 기후행동 이끈다

경기도서관·경희대, 19일 경기 기후 챕터 협약 체결
경기도가 19일 경기도서관 플래닛경기홀에서 경희대학교와 도서관형 기후행동 플랫폼 ‘경기 기후 챕터’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본질인 책, 읽기, 기록을 기후행동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협약식에는 윤명희 경기도서관장을 비롯해 이은열 경희대학교 학무부총장 겸 앵커사업단장, 박상희 앵커사업단 지산학협력혁신센터장 등 사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도서관과 대학이라는 서로 다른 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기후 의제를 공동으로 기획하겠다고 뜻을 모은 자리였다.
해마다 하나의 기후 의제, 책의 한 장처럼 넘긴다
경기 기후 챕터는 책의 한 장을 넘기듯, 해마다 하나의 기후 의제를 선정해 전문가와 작가, 시민이 함께 읽고 질문하고 실천하며 새로운 기후행동을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기후환경에 대한 이해를 시민의 실천으로 연결하는 것이 이 플랫폼의 목표다.
협약에 따라 경기도서관은 프로그램 주최와 운영을 총괄한다. 경희대학교는 기획 방향과 과제 수립, 콘텐츠 기획, 콘퍼런스 운영 등에 협력한다. 공공도서관의 공간과 대학의 연구·기획 역량이 결합하는 구조다.
첫 챕터 ‘빌린 것들의 목록’, 자연과 미래세대에서 빌린 것들을 묻는다
첫 번째 챕터인 ‘빌린 것들의 목록’은 우리가 자연과 미래세대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고, 무엇을 어떻게 사용하고 다시 돌려줄 것인지 질문한다. 기후 문제를 거대 담론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이 이 챕터의 목표다.
올해 경기 기후 챕터 2026은 10월 18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다. ‘우리가 빌려 쓰는 세계-도서관은 무엇을 읽고, 무엇을 돌려줄 것인가’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와 환경 분야 작가 14명의 시리즈 강연이 이어진다. 나흘도 아니고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하나의 기후 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구성이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경기도서관, 애초부터 기후·환경 도서관 표방
경기도서관이 기후 의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배경에는 도서관 자체의 정체성이 있다. 경기도서관은 지난해 10월 25일 개관한 경기도 최초의 광역 대표 도서관으로, ‘끌림이 있고, 변화를 선도하는, 기후·환경 도서관’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건축 단계부터 지열과 태양광을 활용해 냉난방 에너지를 자급하는 에너지 자립형 건물로 지어졌고, 녹색건축 최우수 등급과 건축물 에너지효율 1++등급을 받았다. 도서관 내부에는 별도의 기후환경존이 마련돼 있어, 이번 협약은 건물이라는 하드웨어에 이어 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로 기후 비전을 채워가는 단계로 볼 수 있다.
2024년 온열질환자, 3년 평균 대비 두 배로 늘었다
관련 통계를 보면 기후위기가 이미 일상의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함께 발간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과 비교해 2024년에 두 배로 늘었다. 보고서는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상재해가 늘어나는 추세가 확인됐으며, 앞으로 더 강하고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학적 수치가 시민의 피부에 와닿는 위협으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부산도서관 ‘그린 랩 북 클럽’, 독서와 정화활동 결합한 선례
업계 동향으로 보면 공공도서관이 기후위기 대응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늘어나는 흐름이다. 부산도서관은 지역 탄소중립지원센터와 협업해 기후 관련 독서와 실천을 결합한 장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 토론과 강연 같은 실내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정화활동까지 결합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도서관이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실천을 조직하는 거점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 기후 챕터 역시 이런 흐름 위에 있다. 다만 다른 도서관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매년 하나의 의제를 정해 챕터 형식으로 쌓아가는 구조와 대학과의 정식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단발성 강연이나 캠페인이 아니라, 해가 거듭될수록 기후 의제의 목록이 누적되는 장기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다각도로 본 경기 기후 챕터, 데이터 아닌 이야기로 접근
다각도로 분석하면 경기 기후 챕터의 실속은 기후 문제를 과학 데이터나 정책 문서가 아니라 책과 이야기라는 익숙한 매개로 전달한다는 데 있다. 온난화 수치나 탄소중립 로드맵을 그대로 나열하는 방식과 달리, 작가의 언어와 독서라는 경험을 통해 기후 문제에 다가가는 접근이다. 딱딱한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시민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연결의 지점은 경기도서관과 경희대학교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기관이 협력했다는 데 있다. 공공도서관의 공간과 운영 인프라, 대학의 학술 역량과 기획력이 결합하면서, 어느 한쪽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지산학협력혁신센터라는 대학 조직이 참여한 것에서 보듯, 이번 협약은 대학이 지역사회와 맺는 협력의 한 방식이기도 하다.
경희대 경기 앵커사업, 기술 협력 넘어 문화 협력으로 확장
경희대학교가 이번 협약에 참여한 배경에는 대학이 최근 강화해온 지역사회 연계 전략이 있다.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는 경기도 앵커 사업의 미래성장산업 선도형에 선정돼 지산학협력 생태계 구축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산학연 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과 기술 사업화가 주요 축이지만,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환경 분야 협력도 함께 요구받는 구조다. 경기 기후 챕터는 이런 앵커사업단 활동의 연장선에서, 기술 협력을 넘어 시민의 인식 변화를 이끄는 문화적 협력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도서관을 기후행동의 거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국제도서관협회연맹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도서관이 정보 접근성과 커뮤니티 신뢰를 바탕으로 시민 참여를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국내에서도 부산도서관 사례처럼 지역 도서관이 독서와 실천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경기 기후 챕터는 이런 국내외 흐름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대학과의 정식 협약이라는 독자적인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은열 부총장 “질문이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연결”
이은열 경희대학교 부총장은 “경희대학교는 경기도서관과 함께 시민이 기후를 읽고 질문하며, 그 질문이 일상의 실천과 다음 세대를 위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학의 연구와 교육 역량을 적극 연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명희 경기도서관장은 “기후를 과학의 언어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리고 일상의 흐름으로 넓혀 읽어보려는 시도”라며 “도민들이 기후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두 발언을 함께 놓고 보면, 경기 기후 챕터가 지향하는 지점이 분명해진다. 기후위기를 전문가만의 언어로 남겨두지 않고, 도서관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통해 시민의 일상 언어로 번역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 관점에서 보면 이런 접근은 기후 교육이 흔히 부딪히는 한계, 즉 정보 전달에 그치고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지식과 실천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도서관이라는 매개 공간의 새로운 역할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망, 두 번째 챕터가 지속가능성의 시험대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보면, 관건은 경기 기후 챕터가 올해 한 차례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매년 새로운 의제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챕터라는 이름 자체가 연속성을 전제로 하는 만큼, 내년에는 어떤 기후 의제가 두 번째 챕터로 선정될지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첫해 콘퍼런스와 작가 강연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호응하는지도 다음 챕터의 규모와 방향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기 기후 챕터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환경 강연 하나를 늘렸다는 데 있지 않다. 도서관이라는 공공 공간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기도 하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의제를 다루는 방식에는 대체로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정책과 규제로 접근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인식과 문화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경기도가 이번에 택한 것은 후자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라는 지침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빌려 쓰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만드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본래 지녀온 기능, 즉 읽고 생각하고 질문하는 과정을 기후라는 주제에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정책적 규제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인식의 영역을, 책과 이야기라는 오래된 도구로 메우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경기 기후 챕터는 경기도 환경 정책의 결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도가 매년 쌓여 하나의 서가를 이루듯, 경기도민의 기후 인식도 서서히 채워져 가기를 기대하게 된다.
경기 기후 챕터 참여 안내
경기 기후 챕터 2026은 10월 18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서관에서 진행된다. ‘우리가 빌려 쓰는 세계-도서관은 무엇을 읽고, 무엇을 돌려줄 것인가’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와 환경 분야 작가 14명의 시리즈 강연으로 구성되며, 세부 일정과 참여 방법은 추후 경기도서관 누리집을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기후 문제에 관심 있는 도민이라면 경기도서관(031-8008-5656)으로 문의해 사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도서관은 콘퍼런스와 강연 외에도 관련 도서 전시나 연계 프로그램을 함께 마련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방문 전 최신 공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