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주작가 프로그램 개막, 경기도서관서 박지영 작가와 11월까지 4개 워크숍
문학상주작가 프로그램에 조선일보 신춘문예 출신 박지영 작가 참여
‘읽는 몸으로 만들기’부터 ‘수상할 공모자들’까지 4개 프로그램 순차 진행
성인 독서율 43%까지 떨어진 시대, 경기도서관이 내민 문학의 손

문학상주작가 프로그램, 경기도서관에 작가가 상주한다
경기도는 오는 11월까지 경기도서관 상주 작가와 함께 도민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문학상주작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20일 밝혔다.
문학상주작가 프로그램은 문학 시설에 상주하는 작가와 함께 책 읽기와 글쓰기, 창작 워크숍, 북토크 등을 지역 주민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문학 창작과 독서 활동의 선순환을 만들어 지역의 문학 소비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경기도서관은 문학을 처음 접하는 도민부터 창작을 준비하는 예비 작가까지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입문자와 숙련자를 함께 아우르는 설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박지영 작가, 소설로 그린 고독과 연결
올해 경기도서관 상주작가로 선정된 박지영 작가는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13년에는 장편소설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로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을 수상하며 장르문학의 경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펴낸 소설집으로는 ‘고독사 워크숍’, ‘이달의 이웃비’,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 등이 있다. 특히 ‘고독사 워크숍’은 고독사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워크숍이라는 형식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과정을 그려 눈길을 끈 작품이다.
이처럼 고립된 개인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 서사에 천착해 온 작가라는 점은, 이번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도민과 도민을 잇는 문학’이라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보 독자부터 예비 작가까지, 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
경기도서관의 문학상주작가 프로그램은 4개 세부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순차 진행된다. 첫 프로그램인 ‘읽는 몸으로 만들기’는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11일까지 4회에 걸쳐 진행됐다.
후속 프로그램으로는 7~8월 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고독한 서사 워크숍’과, 8월 단편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 ‘열린 엔딩 닫기 소설 클럽’이 운영된다.
이어 10월에는 공모전 투고를 준비하는 예비 작가를 위한 ‘수상할 공모자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독서 입문 단계에서 시작해 자유 창작, 완성작 집필, 공모전 준비로 이어지는 흐름은 참여자의 성장 단계를 고려한 설계로 풀이된다.
첫 순서 ‘읽는 몸으로 만들기’, 4회에 걸친 독서 경험
이미 마무리된 ‘읽는 몸으로 만들기’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고 필사와 독서노트 작성, 감상 나누기 등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독서 경험을 확장하고 서로의 독서 취향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강연형 문학 행사가 아니라 참여자가 직접 몸으로 읽기를 체험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 상주작가 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사와 독서노트라는 손을 쓰는 활동을 통해 독서를 몸에 새기는 경험을 도민들에게 제공한 셈이다.
전국 단위 상주작가 지원사업의 흐름
문학상주작가 프로그램은 경기도서관만의 독자적 기획이 아니라, 전국 단위 정책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24년부터 기존의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과 지역문학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사업을 통합해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 개편으로 2024년 기준 전국 약 70개 문학기반시설에 작가가 배치돼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참여시설 공모, 시설-작가 온라인 매칭박람회, 시설별 작가 채용의 3단계 절차를 거쳐 상주작가가 선정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사업 개편 당시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 운영 일원화로 보다 다양한 문학기반시설의 참여를 기대한다”며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보다 수준 높은 문학 향유의 기회를 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독서율 43%, 역대 최저치 시대의 도서관
문학상주작가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는 최근 독서 통계를 살펴보면 더 뚜렷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종합독서율은 43.0%로, 2021년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994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종이책만 놓고 보면 독서율은 32.3%에 그쳐, 성인 10명 중 7명이 1년에 종이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연간 종합독서량 역시 3.9권으로 2021년보다 0.6권 줄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 노년층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2021년 23.8%였던 60대 이상 종합독서율은 2023년 15.7%로 8.1%포인트 줄었다. 이런 수치는 독서 인구 자체를 넓히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전국 도서관의 유사 사례들
작가가 도서관에 상주하며 주민과 소통하는 방식은 이미 여러 지역에서 시도돼 왔다. 관악구립도서관의 경우 상주작가가 도서관 구석에서 이용자와 어울리며 책과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해 온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은 상주작가 인건비와 도서관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하며 전국 공공도서관에 문인을 배치해 왔다. 사업 참여 횟수에는 제한이 없되 동일 도서관 근무는 최대 2회로 제한하는 등 세부 운영 기준도 마련돼 있다.
경기도서관의 이번 프로그램은 이런 전국적 흐름 속에서 조선일보 신춘문예 출신의 중견 작가를 상주작가로 확보하고, 독서 입문부터 공모전 준비까지 단계별 프로그램을 갖췄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문학 창작과 독서의 선순환, 다각도로 본 효과
문학상주작가 프로그램의 실속은 참여 도민이 얻는 직접적 경험에 있다. 필사와 독서노트 작성처럼 손으로 하는 활동, 단편소설을 실제로 완성해보는 경험, 공모전 투고 준비까지 실질적인 결과물로 이어지는 활동이 이어진다.
연결의 지점은 작가와 도민, 도민과 도민 사이에 있다. 상주작가라는 형식 자체가 작가를 독자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두어, 일회성 강연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낸다. 참여자들이 서로의 독서 취향과 창작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지역 문학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이번 4개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이 이후에도 창작과 독서를 이어갈 수 있는 후속 연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단기 워크숍에서 그친 참여자가 다시 혼자 독서와 창작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함께 고민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명희 경기도서관장은 “도민이 작가와 함께 읽고 쓰며 문학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경기도서관이 독서와 창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열린 문학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학상주작가 프로그램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성인 독서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시대에, 도서관은 책을 빌려주는 곳에서 나아가 독서와 창작을 함께 체험하는 곳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작가가 상주하며 도민과 상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은 이런 변화의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물론 4개월이라는 한정된 기간과 소수 참여자만 혜택을 받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한 명의 작가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읽기와 쓰기를 함께 경험하는 기회는, 단발성 특강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밀도를 만들어낸다. 경기도서관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한 참여자들의 반응과 결과물이, 앞으로 경기도 문학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학상주작가 프로그램 참여 가이드
문학상주작가 프로그램은 경기도서관에서 오는 11월까지 운영된다. 이미 마무리된 ‘읽는 몸으로 만들기’에 이어 7~8월에는 ‘고독한 서사 워크숍’, 8월에는 ‘열린 엔딩 닫기 소설 클럽’, 10월에는 ‘수상할 공모자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학을 처음 접하는 도민은 필사와 독서노트 작성 중심의 초기 프로그램부터, 창작 경험이 있는 예비 작가는 단편소설 완성이나 공모전 준비 프로그램부터 참여를 고려할 수 있다. 프로그램별 정확한 운영 일정과 참가 신청 방법은 경기도서관 누리집(library.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