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사업, 경기도 첫 발걸음…아동 1,389가정에 친환경 꾸러미
경기도 첫 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사업, 6개 시군 아동에 친환경 꾸러미 전달
모금 6천만 원으로 겨울·여름 두 차례, 총 2,812가정 지원
방학 중 돌봄 공백 해소와 친환경 농가 판로 확보 동시에

경기도 첫 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사업, 여주서 여름방학 전달식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은 12일 여주지역아동센터에서 ‘고향사랑기부금 활용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전달식’을 열고,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 1,389가정에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전달을 시작했다.
이번 사업은 경기도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사업이다. 경기도는 방학 중 학교 급식이 중단되는 아동들의 영양 공백을 줄이고 건강한 식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취약계층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을 마련했다.
모금 6천만 원으로 겨울·여름 두 차례, 총 2,812가정 지원
모금을 시작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6천만 원의 기부금이 모였으며, 이를 활용해 올해 총 2,812가정을 겨울·여름방학 두 차례 지원한다.
지난 2월 겨울방학에는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 1,423가정에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전했으며, 이번 여름방학에는 인구 감소 등으로 아동 돌봄 지원 수요가 높은 가평·연천·양평·여주·포천·동두천 6개 시군의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 1,389가정에 순차 배달할 계획이다.
최창수 진흥원장·조병래 자치행정국장 등 참석해 사업 현황 공유
12일 전달식에는 최창수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 조병래 경기도 자치행정국장, 전창호 경기도사회복지협의회장 등이 참석해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살펴보고 사업 추진 현황을 공유했다.
최창수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지원은 방학 중 급식이 중단되는 아동들의 식생활을 지원하고 친환경 농가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며 “기부를 통해 지역 복지와 농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조병래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고향사랑기부금이 지역의 다양한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정기부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고향사랑기부의 의미에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간 2천만 원 한도,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 되는 고향사랑기부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현재 주소지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 연간 최대 2천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지정기부 방식으로 특정 사업을 선택해 기부할 수 있으며,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와 기부금의 30% 범위 내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기부는 고향사랑e음 누리집(ilovegohyang.go.kr)과 전국 농협 창구에서 가능하다. 경기도가 이번에 시도한 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사업은 기부자가 낸 돈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기부와는 다른 참여 경험을 제공한다.
2008년 일본 고향납세에서 출발, 2023년 국내 도입까지 15년
고향사랑기부제의 뿌리는 2008년 일본에서 시작된 고향납세 제도에 있다. 일본은 도시와 지방 간 재정 격차 해소를 위해 거주 지자체에 내는 주민세의 일부를 고향 등 타 지자체에 내는 구상을 제시했고, 이것이 고향납세 제도의 출발점이 됐다.
국내에서는 이 모델을 참고해 2023년 1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됐다. 시행 첫해인 2023년 말 기준 총 모금액은 약 650억 2천만 원, 총 기부 건수는 약 52만 5천 건으로 집계됐다.
제도 시행 3년째를 맞은 지금, 경기도가 처음으로 지정기부사업이라는 방식을 통해 특정 정책 목표(아동 돌봄, 친환경 농가 판로)에 기부금을 연결한 것은 제도가 단순 모금을 넘어 실질적인 정책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금액 3년 연속 상승, 2025년 1,515억 원…올해는 첫 역성장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은 2023년 651억 원에서 2024년 879억 원, 2025년 1,515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전체 기부금의 90퍼센트 이상이 비수도권으로 유입되면서 지역균형발전 효과도 확인됐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올해 1분기 모금액은 약 15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퍼센트 줄었는데,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전액 세액공제 한도가 10만 원으로 묶여 있는 제도 설계를 지목한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전체 기부 건수의 약 98퍼센트가 10만 원 이하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기도가 지정기부사업이라는 새로운 참여 방식을 제시한 것은, 소액 기부에 머물러 있던 참여 구조에 ‘어디에 쓰이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동기를 더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인구감소지역 평균 모금 7.6억 원, 비감소지역의 1.7배
고향사랑기부제가 인구감소지역에 미치는 효과도 통계로 확인된다. 인구감소지역 89곳의 평균 모금액은 7.6억 원으로, 비감소지역 137곳 평균 4.5억 원 대비 약 1.7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기부자들이 실제로 인구 감소나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기부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도가 이번 지정기부사업의 대상지로 가평·연천·양평·여주·포천·동두천 등 인구 감소로 아동 돌봄 수요가 높은 6개 시군을 선정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전국 통계에서 답례품 선택 성향을 보면 3만 포인트 이하 답례품 선택 비중이 98.3퍼센트에 달하며, 60대 이상과 비수도권 거주 기부자는 농·축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이번 사업의 소재가 기부자들의 실제 선호와도 부합하는 셈이다.
성남시 200% 목표 초과 달성…지정기부 방식 전국서 확산 중
지정 사업 방식으로 기부금을 모아 성과를 낸 사례는 이미 여러 지자체에서 확인된다. 제도 시행 초기 성남시는 고향사랑기부금 목표액 8천만 원 대비 212퍼센트인 1억 7천만 원을 모금하며 목표를 크게 초과 달성한 바 있다.
당시 참여 기부자 주소지의 86퍼센트가 서울·경기였고, 연령층은 30~40대가 79퍼센트를 차지했다. 이는 수도권에 거주하면서도 고향이나 인연이 있는 지역에 기부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경기도 내 시군들이 향후 지정기부사업을 확대할 때 참고할 만한 선례로 꼽힌다.
전국적으로도 특색 있는 기부금 사업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울산광역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서산시 등은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기금 사업을 운영하며 기부자와 지역을 연결하는 통로를 넓혀왔다.
다각도 분석, ‘보이는 기부’가 만드는 참여 동기
이번 사업을 다각도로 살펴보면, 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사업이 갖는 강점은 기부금의 흐름이 눈에 보인다는 데 있다. 일반적인 고향사랑기부는 지자체 재량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면, 지정기부사업은 기부자가 낸 돈이 ‘방학 중 아동 1,389가정에게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로 전달됐다’는 구체적 결과로 확인된다.
이러한 가시성은 최근 모금액 증가세가 꺾인 상황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세액공제 한도라는 제도적 제약은 개인이 손댈 수 없는 영역이지만,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사업은 친환경 농가에도 실질적인 이익을 준다.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친환경 농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공공 수요처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아동 돌봄과 농가 지원이라는 두 개의 정책 목표를 하나의 재원으로 동시에 달성한다는 점에서, 이 사업은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선 순환 구조를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사업 확대와 세액공제 개편 논의가 관건
조병래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이 “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힌 만큼, 경기도 내 다른 시군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지정기부사업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동 돌봄 외에도 노인 복지, 장애인 지원, 지역 문화재 보존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지정기부사업이 확장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러한 확산의 성패는 결국 모금 자체가 얼마나 활발히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특위 등 전문가들은 10만 원 세액공제 한도를 상향하는 등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모금 증가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부터 10만 원 초과 20만 원 이하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기존 16.5퍼센트에서 44퍼센트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제도 개선이 실현되면 경기도의 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사업 같은 구체적 성과 중심의 모금 방식이 더 큰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의 첫 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사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액수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6천만 원이라는 모금액 자체는 지난해 전국 모금액 1,515억 원에 비하면 크지 않다.
그러나 이 사업이 보여주는 것은 기부자와 수혜자, 그리고 친환경 농가까지 세 주체를 하나의 재원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전국 어디서든 낸 기부금이 가평·연천·양평·여주·포천·동두천의 아동 1,389가정에게 정확히 어떤 형태로 전달됐는지가 눈에 보인다는 점은, 세액공제 한도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지자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참여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인구감소지역에 기부금이 평균적으로 더 몰린다는 통계는, 사람들이 막연한 선의보다 구체적인 필요와 이야기에 지갑을 연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경기도가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지정기부사업을 계속 발굴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사업을 벌이느냐보다 얼마나 명확하게 기부의 결과를 보여주느냐가 이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방학마다 돌봄 공백을 겪는 아이들과 판로를 찾는 친환경 농가, 그리고 고향에 마음을 보내고 싶은 기부자를 잇는 이 작은 실험이, 최근 주춤한 고향사랑기부제 전체에 어떤 신호를 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사업 참여 안내
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도민은 고향사랑e음 누리집(ilovegohyang.go.kr) 또는 전국 농협 창구를 통해 경기도를 기부처로 선택하고, 지정기부 항목에서 ‘취약계층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을 선택하면 된다. 현재 주소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한해 연간 최대 2천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으며,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고 기부금의 30% 범위 내에서 답례품도 받을 수 있다. 사업과 관련한 자세한 문의는 경기도농수산진흥원(031-250-2791)으로 하면 된다. 다음 지원 대상 선정이나 사업 확대 여부는 경기도의 향후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