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개발기업 5개사, 분당서울대병원 200만건 데이터로 실증 날개 편다

의료AI 개발기업 5개사 선정해 데이터 전폭 지원
의료AI 개발기업과 병원이 함께 만드는 진단·치료 솔루션
의료AI 개발기업 성장통로 여는 경기도의 실증 전략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도내 의료AI 개발기업에 의료데이터를 제공한다.
경기도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보유한 의료데이터를 의료AI 개발기업에 제공해 기술 개발부터 실증, 상용화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사진=분당서울대학교병원]

경기도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보유한 의료데이터를 의료AI 개발기업에 개방해 기술 개발부터 실증, 상용화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도내 의료AI 개발기업 5개사가 이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이들 기업에 의료데이터 제공과 의료진 자문, 실증 연계를 지원한다.

의료AI 개발기업이 활용할 200만건 데이터의 의미

이번 사업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보유한 200만건 규모의 의료데이터를 의료AI 개발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서 출발한다. 의료데이터 확보는 의료AI 개발기업의 기술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장벽으로 꼽혀왔다. 환자 정보 보호와 데이터 표준화 문제로 민간 기업이 임상 현장의 실제 데이터에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보유한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의료AI 개발기업에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방식을 택했다. 데이터 제공에 그치지 않고 기술 개발과 실증, 제품화,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연계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다.

의료AI 개발기업이 의료현장에 가져올 변화

의료AI 기술은 반복적인 영상 판독,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진단 보조, 치료·진료 의사결정 지원 등 의료현장 전반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의료AI 개발기업의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의료인력이 부족한 지역의료 현장과 예측·예방 중심의 의료서비스 체계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AI 개발기업의 기술이 단순한 보조 수단을 넘어 의료서비스 공급 구조 자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원사업의 의미가 크다.

선정 과정과 5개 의료AI 개발기업 면면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3월 도내 소재 의료AI 제품 개발기업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했다. 의료데이터 활용 가능성, 기술성, 사업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메인텍㈜, 스카이엑스㈜, ㈜봄젠, ㈜식지피티, 솔티드㈜ 등 총 5개 의료AI 개발기업이 최종 선정됐다. 선정된 의료AI 개발기업은 모두 도내에 본사나 연구소를 둔 기업으로, 데이터 접근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 의료AI 산업의 특성상 지역 기반 협력체계 구축이 기업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의료AI 개발기업이 개발할 솔루션들

선정된 의료AI 개발기업들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상태 변화에 맞춘 약물 주입 솔루션, 녹내장·황반변성 조기진단 솔루션, 신장기능 질환 조기 예측 솔루션 등을 개발하게 된다. 약물 주입 솔루션은 환자의 실시간 생체 신호 변화를 반영해 투약량을 조절하는 기술로, 중환자실이나 수술 후 회복 환자 관리에 활용될 수 있다. 녹내장과 황반변성은 초기 자각 증상이 적어 조기 진단이 어려운 안과 질환으로 꼽히는데, AI 기반 영상 판독 기술이 진단 시점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장기능 질환 조기 예측 솔루션은 만성콩팥병 등 진행성 질환의 악화 시점을 미리 파악해 치료 개입 시기를 앞당기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개발부터 실증·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지원 체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선정 기업에 의료데이터 제공, 의료진 전문 자문, 실증 연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데이터 제공에 그치지 않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실증과 상용화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의료기관이 보유한 임상 경험과 기업의 기술력을 결합해 현장 적용성이 높은 의료AI 제품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의료AI 개발기업 입장에서는 데이터 확보와 동시에 임상 검증, 인허가 절차 자문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어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기도와 분당서울대병원, 5년 협력의 다음 단계

경기도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는 2020년부터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도내 의료기기 개발 산업체를 지원해왔다. 지난해에는 의료AI 기술 개발기업 2개사에 제품 임상시험 연구와 시험분석을, 8개사에는 기업 맞춤형 멘토링 사업을 지원한 바 있다. 임상시험과 멘토링 중심으로 진행돼온 협력 사업이 올해부터는 의료데이터 직접 활용 지원으로 영역을 넓힌 셈이다. 데이터 접근성이 의료AI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만큼, 이번 사업은 기존 협력체계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볼 수 있다.

의료AI 개발기업의 선배들, 솔티드와 알에스리햅의 성과

앞선 협력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의 성과는 이번 신규 지원사업의 기대치를 가늠하게 한다. 솔티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보행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당뇨 족저궤양 발생을 예측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사업 참여 이후 제품 고도화를 완료하고 국내 주요 병원에 의료기기를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알에스리햅은 음식물을 삼키는 데 어려움이 있는 연하장애 모니터링 및 전기자극기 개발 기업으로, 제품 개발과 해외 인허가 취득,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국내외 기업 맞춤형 멘토링 사업에 참여한 8개 기업 역시 신제품 개발과 기술 고도화, 시장 진입 등을 통해 국내외 특허 출원과 신규 인력 채용 성과를 거뒀다.

전국으로 번지는 의료데이터 개방형 협력

의료기관 데이터를 기업에 개방해 AI 개발을 지원하는 방식은 경기도만의 시도는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은 의료AI 분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의료데이터 중심 병원의 임상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는 바우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과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등 전국 43개 의료기관이 데이터 호환성 확보를 위해 공통 구조의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연구자 맞춤형 데이터 연계 시스템을 고도화했고, 한길안과병원은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망막질환 진단 AI 모델을 개발해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는 의료데이터가 AI 연구의 필수 자원이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전처리 비용이 많이 들어 기업들이 활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기도의 이번 사업도 이러한 전국적 흐름 속에서 지역 차원의 데이터 개방형 협력 모델을 구체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통계로 보는 의료AI 시장의 성장세

의료AI 산업은 국내외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은 2023년 약 5200억원에서 연평균 50.8% 성장해 2030년에는 약 9조25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같은 기간 글로벌 평균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글로벌 의료AI 시장 역시 2025년 약 393억 달러 규모로 평가됐으며 연평균 4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투자 시장도 활발하다. 2025년 8월 기준 국내 바이오·의료 업종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7352억원에 달했으며, 같은 해 상반기 글로벌 AI 헬스케어 분야에는 약 5조4000억원 이상의 벤처캐피탈 투자가 유입됐다.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AI 기술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의료AI 개발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보여준다.

업계 동향, 데이터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다

국내 의료AI 업계에서는 올해를 다수 선도 기업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90%를 넘는 국내 1세대 의료AI 기업들의 사례는 국내 기술력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병원 내부에서 독립적으로 구동되는 국산 AI 인프라를 구축해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의료기관이 보유한 양질의 임상 데이터를 어떻게 안전하게 개방하고 활용할 것인가는 업계 전반의 공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역시 국립대병원 임상데이터를 보건의료빅데이터플랫폼에 연계하고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를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등 데이터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다각도로 본 지역 단위 데이터 개방 모델

경기도의 이번 사업은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의료기관과 기업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다. 둘째, 단순 자금 지원이 아니라 데이터와 의료진 자문, 실증 연계까지 묶은 종합 지원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셋째, 한 개 병원의 데이터에 집중함으로써 데이터 표준화와 품질관리 부담을 줄이는 대신, 향후 다른 의료기관으로 확장 가능성을 열어둔 구조라는 점이다. 다만 5개 기업이라는 지원 규모가 도내 의료AI 산업 전반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향후 지원 대상 기업 수와 협력 의료기관의 확대 여부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 전망, 협력체계 확대 가능성

경기도가 2020년부터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쌓아온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향후 협력 대상 의료기관과 지원 기업 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고 정부 차원의 데이터 개방 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어, 지역 단위의 데이터 개방형 지원 모델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선정된 5개 기업이 솔티드, 알에스리햅과 같은 성과를 이어간다면 경기도의 의료AI 산업 지원 모델은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수 있는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유영철 보건건강국장은 “대한민국은 의료현장에 활용 가능한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한다면 의료AI 경쟁력 확보는 물론, 의료서비스 산업 전반의 부가가치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기관과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의료AI 기술이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개발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의료AI 개발기업에 대한 지원이 단발성 자금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와 임상 경험을 함께 묶어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경기도의 산업 정책이 지향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의료데이터는 그 자체로 공공성을 띠는 자원이면서도 활용 과정에서는 환자 보호라는 또 다른 가치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경기도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매개로 데이터 개방과 기업 지원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은, 공공 자원과 민간 기술력을 연결해 실질적인 도민 편익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겪는 지역에서 예측·예방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자리잡으려면 이러한 민관 협력형 데이터 활용 모델이 꾸준히 축적될 필요가 있다. 의료AI 개발기업의 성장이 곧 도민이 체감하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이번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의료AI 개발기업 지원사업 참여 가이드

이번에 선정된 메인텍㈜, 스카이엑스㈜, ㈜봄젠, ㈜식지피티, 솔티드㈜ 등 5개 의료AI 개발기업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으로부터 의료데이터 제공과 의료진 자문, 실증 연계 지원을 순차적으로 받게 된다. 도내 소재 의료AI 제품 개발기업으로서 유사한 데이터 활용 지원을 희망하는 경우, 경기도 보건건강국 의료자원과(031-8008-4746)나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을 통해 차년도 공모 일정과 지원 요건을 확인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매년 3월경 공모를 진행해 의료데이터 활용 가능성과 기술성, 사업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지원 기업을 선정해온 만큼, 관련 기업은 공모 시기에 맞춰 사업계획서를 준비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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