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핸즈온 네트워킹, 분당차병원서 중소기업 7곳과 의료진 110명 만나다
경기도-경과원, 분당차병원서 의료기기 핸즈온 네트워킹 개최
지난해 참여기업, 아주대병원 도입·공동연구로 이어진 성과
국내 의료기기 시장 12조 원 시대, 신의료기술평가라는 좁은 문

분당차병원서 열린 의료기기 핸즈온 네트워킹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이 29일 분당차병원에서 도내 의료기기 기업의 병원 진입과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경기도 의료기기 핸즈온 네트워킹 행사를 개최했다.
경기도 의료기기 핸즈온 네트워킹은 수요처인 병원과 의료기기 기업을 연결해 의료진이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개선사항을 제안하는 현장 중심 실사용 피드백 프로그램이다. 제품을 개발한 기업이 실제 임상 현장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7개 기업, 110여 명 의료진과 마주하다
이날 행사에는 의료기기 기업 7개 사와 분당차병원 이성환 연구부원장을 포함한 의료진 110여 명이 참가해 전시된 제품을 살펴보고 실제로 사용해봤다. 복강경 수술용 다관절 수술기구(리브스메드), 전자루페 및 수술용 디스플레이(메디씽큐), COLOR MRA 기반 뇌혈관 분석 솔루션(메디이미지), 비침습 혈당측정기(IME스퀘어), 통증완화·림프부종 치료용 레이저 조사기(웰스케어), 포터블 엑스레이 장비(지비티코리아), 치아교정용 세라믹 자가결착 브라켓(월드바이오텍) 등 7개 기업 제품이 전시·시연됐다.
수술기구부터 영상진단 솔루션, 혈당측정기, 치과용 소재까지 품목이 다양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정 진료과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진료 영역의 의료기기 기업을 폭넓게 참여시켜, 병원 내 여러 부서 의료진과의 접점을 동시에 만들어낸 구성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성과, 아주대병원 도입으로 이어지다
지난해 첫 행사에서는 참여기업 제품이 실제 병원 도입과 공동연구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A사의 펄스옥시미터와 B사의 이동형 엑스선 촬영장치는 아주대학교병원에 도입됐으며, C사와 D사는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다. 특히 D사의 제품은 아주대병원의 교육훈련 전용 제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런 성과는 의료기기 핸즈온 네트워킹이 단순한 홍보성 전시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의료진의 실사용 피드백이 실제 구매·도입 결정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병원과 기업 간 공동연구라는 후속 관계로까지 발전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3만 6,191건 중 610건… 신의료기술평가라는 좁은 문
의료기기 핸즈온 네트워킹이 필요한 배경에는 국내 의료기기 시장 진입 절차의 구조적 특성이 있다. 새로운 의료기술이 의료 현장에서 쓰이려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수행하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절차는 통상 최대 490일이 걸릴 정도로 시일이 길다.
최근 5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허가한 의료기기는 총 3만 6,191건으로 연평균 7,238건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한 기술은 610건으로 전체의 1.7%에 그쳤다. 평가를 마친 355건 중에서도 실제 의료 현장에 도입된 사례는 214건으로, 도입률은 60.3% 수준이었다. 정부는 이런 진입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혁신 의료기기가 국제적 수준의 임상평가를 거친 경우 별도의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즉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최근 도입해 기존 최대 490일이던 절차를 80~140일로 단축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의료기기 핸즈온 네트워킹처럼 정식 인허가 이전 단계에서 의료진의 실사용 반응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자리는, 중소기업이 정식 절차에 들어가기 전 제품을 개선하고 임상 현장과의 접점을 미리 만들어두는 통로로 기능한다.
왜 ‘핸즈온’인가
의료기기는 다른 산업재와 달리 실제 사용자인 의료진의 검증 없이는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특성을 갖는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난 제품이라도 임상 현장의 손에 맞지 않거나 기존 진료 프로세스와 어긋나면 채택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속의 측면에서 보면, 중소 의료기기 기업이 개별적으로 대형병원 의료진과 접촉해 제품 시연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경기도와 경과원이 병원과 기업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방식은 이런 진입장벽을 지자체 차원에서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연결의 측면에서는 기업의 기술과 의료 현장의 수요가 직접 만나는 접점을 만들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병원이 필요로 하는 개선사항이 기업에 곧바로 전달되고, 기업은 이를 제품 개선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다.
12조 원 시장, 6년 연속 흑자… 의료기기 산업 현황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의료기기 생산액은 12조 3,5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고, 수출액도 53억 7,000만 달러로 2.2% 늘었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11조 8,7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6% 증가하며 2022년 수준을 회복했다.
의료기기 무역수지는 4,789억 원(3억 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2020년 이후 6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다만 코로나19 특수 이후 진단기기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치과용 임플란트, 초음파 영상진단장치, 피부 미용 관련 의료기기 등으로 성장 동력이 분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흐름 속에서 수술기구, 영상진단, 혈당측정 등 다양한 품목의 도내 중소기업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특정 품목에 쏠리지 않은 경기도 의료기기 산업의 저변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전국으로 번지는 실증·규제 완화 흐름
의료기기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는 경기도만의 정책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새로운 의료기기의 시장진입 절차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국제적 수준의 임상평가를 거친 혁신 의료기기에 한해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3년간 시장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인공지능·독립형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디지털의료기기 113개 품목과 체외진단시약 83개 품목, 자동화 로봇수술기와 전동식 외골격 장치 등이 이 제도의 대상에 포함됐다.
이 밖에도 대체기술이 없거나 희귀·중증질환 환자에게 빠른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한적 의료기술평가 등 여러 선진입 트랙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안전성·유효성 검증 절차 간소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규제 완화가 기업의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위험을 국민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논쟁 속에서 의료기기 핸즈온 네트워킹처럼 실제 의료진의 손을 거쳐 사전 검증하는 방식은, 규제 완화와 안전성 확보라는 두 요구 사이에서 비교적 균형 잡힌 대안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실사용 검증은 시장 진입의 핵심 과정”
이성환 분당차병원 연구부원장은 “이번 행사는 기업과 병원, 지원기관이 한자리에 모인 뜻깊은 자리”라며 “의료 현장의 실제 수요와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이 긴밀히 연결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엄기만 경기도 바이오산업과장은 “의료기기 특성상 의료진의 실사용 검증은 시장 진입의 핵심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병원과 기업을 연결해 도내 의료기기 기업의 사업화와 국내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핸즈온 네트워킹이 지난해 이미 병원 도입과 공동연구라는 구체적 성과를 낸 만큼, 이번 분당차병원 행사에 참여한 7개 기업 중에서도 유사한 후속 사례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아주대병원, 고려대안산병원 등으로 이어지면서 얼마나 많은 도내 중소기업의 실제 병원 도입으로 연결되느냐가, 경기도 의료기기 산업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기 핸즈온 네트워킹 참여 안내
경기도와 경과원은 8월 이후에도 아주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안산병원에서 의료기기 핸즈온 네트워킹 행사를 개최해 도내 의료기기 기업 제품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도내 의료기기 제조기업 가운데 병원 실사용 피드백을 희망하는 기업은 경기도 바이오산업과(031-8008-5361) 또는 경과원을 통해 참여 방법을 문의할 수 있다. 행사 일정과 참여 병원, 모집 공고는 향후 경기도청과 경과원 누리집을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