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서 계속 살기, 경기 고령자 95.6%가 답한 이유

경기연구원, 100세 시대 ‘내 집에서 계속 살기’ 위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안
고령자 66.7%는 건강 나빠져도 시설 아닌 집·가족 인근 거주 원해
걸어서 15~20분, 의료·돌봄·사회참여를 한 동네 안에 묶어야

경기연구원 내 집에서 계속 살기 AI 이미지
경기연구원은 내 집에서 계속 살기라는 고령화 시대의 핵심과제를 제시했다.[사진=경기도]

내 집에서 계속 살기, 경기연구원이 던진 질문

경기연구원은 100세 시대를 맞아 고령자가 익숙한 집과 동네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돌봄과 고령친화 공간계획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며 내 집에서 계속 살기를 강조했다.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새 시대의 효자는 지역사회: 100세 시대, 내 집에서 계속 산다’는 고령화 시대의 핵심과제가 단순한 돌봄 서비스 확대가 아니라 의료·돌봄·주거·이동·사회참여를 한동네 안에서 연결하는 내 집에서 계속 살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가족이 노후 돌봄을 맡는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익숙한 지역사회가 고령자의 일상을 함께 지탱해야 한다는 것이다.

95.6%가 답했다… 설문이 보여준 압도적 내 집에서 계속 살기 선호

경기연구원이 경기도 도시지역 만 60세 이상 고령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내 집에서 계속 살기 선호는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언제까지 자기 집에서 거주하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에 40.3%는 일상생활이 불편하지 않을 때까지, 35.0%는 조금 불편해도, 20.3%는 많이 불편하더라도 내 집에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 세 응답을 합치면 95.6%에 이른다.

반대로 최대한 빨리 요양시설로 옮기고 싶다는 응답은 4.3%에 그쳤다. 이는 시설 입소가 노후 돌봄의 기본값처럼 여겨져 온 그간의 정책 흐름과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여주는 수치다. 고령자 대다수가 원하는 것은 시설로의 이동이 아니라,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라는 점이 설문을 통해 명확히 확인된 셈이다.

건강이 나빠져도 66.7%는 집 또는 가족 곁에서

더 주목할 대목은 건강이 나빠졌을 때의 응답이다. 건강이 나빠지거나 거동이 불편해져도 42.3%는 집으로 찾아오는 도움을 받으며 내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여기에 가족과 함께 살거나 가족 근처로 이사하고 싶다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66.7%가 집 또는 가족 인근 거주를 희망했다.

내 집에서 계속 살기 설문 응답 수치가 갖는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건강 악화라는 조건을 전제로 물었음에도 3명 중 2명이 시설이 아닌 집이나 가족 곁을 선택했다는 것은, 노후 돌봄 정책의 무게중심이 시설 확충보다 재가 돌봄과 방문 서비스 확대로 옮겨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시사한다.

‘동네’의 크기는 걸어서 17.5분

보고서는 고령자들이 생각하는 ‘동네’의 물리적 범위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일상적으로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도보 시간은 평균 17.5분으로 나타났다. 병원, 약국, 복지관, 주민센터, 공원, 생활편의시설 같은 필수 인프라가 고령자의 보행권 안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약 420~840m, 즉 10~20분 안팎의 생활권이 노후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최근 여러 도시에서 논의되는 ’15분 도시’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청년이나 전체 인구가 아니라 고령자의 실제 보행 능력과 이동 습관을 기준으로 생활권의 크기를 실증적으로 도출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노후의 두 축, 건강과 즐거움

보고서는 노후 생활의 두 축을 ‘건강’과 ‘즐거움’으로 제시했다. 내 집에서 계속 살기 위해 필요한 지원사항은 ‘신체적 건강 지원’이 가장 높았고, 현재 사는 주택이나 동네에 살기 어려워지는 이유도 ‘좀 더 전문적인 의료·건강 돌봄이 필요해서’가 51.0%로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의사와 간호사의 방문, 식사·이동·병원동행·응급안전관리·주거환경 개선 등이 한 번에 연결되는 통합돌봄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여러 서비스가 제각각 흩어져 있으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고령자가 어디에 연락해야 할지조차 알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남성 고령자 17.9% “동네 친구 없다”

의료와 돌봄뿐 아니라 즐거움과 사회참여도 중요하게 제시됐다. 고령자의 평균 외출 빈도는 주 3.24일이었고, 동네 친구나 지인과의 교류는 주 1~2일이 39.7%, 월 1~2일이 32.3%였다.

특히 성별에 따른 격차가 뚜렷했다. 남성 고령자는 동네 친구·지인과의 교류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17.9%로 여성 4.2%보다 훨씬 높았다. 직장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맺어온 남성이 은퇴 이후 지역 기반의 관계망을 새로 만드는 데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로 해석된다. 내 집에서 계속 살기 보고서는 동호회, 봉사활동, 텃밭 가꾸기, 합창단, 생활체육 등 사회참여 프로그램을 지역 안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전이 최우선… 주택 유형별 개선 요구

내 집에서 계속 살기 위해서는 주거와 보행환경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자택에서 노후를 보내기 위해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모든 주택 유형에서 ‘안전’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단독주택은 39.5%, 연립·다세대는 62.7%, 공동주택은 41.3%가 계단, 욕실, 주택 출입구 등 안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연립·다세대 거주자의 안전 개선 요구가 특히 높게 나타난 점은, 노후 저층주거지에 거주하는 고령자일수록 물리적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보고서는 안전손잡이 설치, 미끄럼방지 바닥재, 단차 제거, 외부 계단과 진입로 정비가 필요하며, 지역 차원에서는 좁은 보도 개선, 경사로 설치, 휠체어 친화적 디자인, 벤치와 쉼터 확충, 수요응답형 교통과 소규모 셔틀 활용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는 나라

이번 내 집에서 계속 살기 보고서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한국 사회 전체가 마주한 인구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8일 발표한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072만 3,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7%를 차지해, 한국은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상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한국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7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같은 전환에 일본은 10년, 미국은 15년, 독일은 39년, 영국은 51년이 걸렸다. 보고서는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2040년에는 세계 최초로 65세 이상 인구가 40%를 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 역시 고령 인구 비중이 2036년 30%, 2050년 4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두 전망은 큰 틀에서 일치한다.

부양비 29명에서 77명으로

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그에 따른 사회적 부담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이 부담해야 할 노년부양비는 올해 29.3명에서 2050년 77.3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69.2%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7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경제적 여건도 녹록지 않다. 2023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은퇴연령층 상대적 빈곤율은 39.8%로 OECD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며, 고령자가 받는 월평균 연금액은 69만 5,000원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설 입소를 늘리는 방식은 재정적으로도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경기연구원이 강조하는 지역사회 중심 돌봄은, 개인의 거주 선호를 존중하는 동시에 사회 전체의 돌봄 비용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이라는 점에서도 설득력을 갖는다.

커뮤니티케어, 2018년부터 이어진 정책의 역사

지역사회 중심 돌봄이라는 내 집에서 계속 살기 방향 자체는 이번 보고서가 처음 제시한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노인 커뮤니티케어 중심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수립해 핵심과제와 로드맵을 제시했고, 2019년 6월부터 선도사업을 실시해 서비스 제공모형을 개발해왔다. 정부는 애초 2026년까지 이를 전국적으로 보편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내 집에서 계속 살기 기본계획은 어르신 맞춤형 케어안심주택과 집수리 사업 같은 주거지원 인프라 확충, 집중형 방문건강서비스와 방문의료 같은 재가 서비스 확대, 읍면동 단위의 케어안내창구 신설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경기연구원의 제안은 이런 국가 차원의 정책 흐름을 경기도 지역 실정에 맞춰 구체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 먼저 걸은 길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는 자주 비교 대상으로 언급된다. 일본은 노인이 시설이나 병원이 아니라 살던 곳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생활지원, 의료·간호, 개호·재활, 보건·예방, 주거를 하나로 묶은 포괄적 서비스 제공을 지향한다.

다만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은 전국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표준화된 ‘시스템’이라기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네트워크’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원 역시 지역의료개호종합확보기금, 개호보험, 국가보조금과 지자체 사업이 함께 얽혀 있다. 한 비교 연구는 한국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이 세대 간 연대, 취약계층 확대, 안정적 재원 확보 등에서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선행 사례들은 경기연구원이 제안한 통합돌봄 체계를 설계할 때, 중앙정부의 표준 지침 못지않게 지역 단위의 자율성과 재정 기반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시설이냐 재가냐, 정책의 방향 전환

다각도로 보면 이번 보고서가 갖는 실속은 두 가지 층위에서 확인된다. 첫째는 개인의 실속으로, 고령자 대다수가 실제로 원하는 노후 방식(내 집 거주)과 정책 방향을 일치시킨다는 점이다. 둘째는 사회 전체의 실속으로, 시설 중심 돌봄보다 재가 중심 돌봄이 재정적으로 더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결의 측면에서는 의료·돌봄·주거·이동·사회참여라는 서로 다른 행정 영역을 하나의 생활권 단위로 묶어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지금까지 이들 서비스는 보건소, 복지관, 주택정책, 교통정책 등 서로 다른 부서와 기관이 각각 담당해온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가 제안하는 ‘걸어서 15분 동네’ 개념은, 이런 분절된 행정 체계를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 단위로 재구성하자는 제안이라 할 수 있다.

“돌봄만 떼어낼 것이 아니라”

유지현 경기연구원 도시주택연구실 연구위원은 “100세 시대의 좋은 노후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집과 동네에서 건강과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자를 위한 정책은 돌봄만 따로 떼어낼 것이 아니라 의료, 주거, 이동, 사회참여를 걸어서 갈 수 있는 지역사회 안에서 촘촘히 연결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발언은 이번 보고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를 압축하고 있다. 돌봄을 별도의 서비스 항목으로 다루는 접근에서 벗어나, 주거지 자체를 돌봄이 가능한 공간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경기도가 이런 제안을 실제 정책으로 옮기려면, 부서별로 흩어진 예산과 사업을 생활권 단위로 재편하는 행정적 조율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40년 인구 40%가 고령자가 되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은 15년 남짓이며, 그 사이 얼마나 촘촘한 지역사회 돌봄망을 갖추느냐에 따라 향후 노후 세대가 실제로 ‘내 집에서 계속 살기’를 누릴 수 있을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사가 특히 의미 있는 것은, 막연한 정책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 고령자 300명의 응답을 통해 수요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걸어서 17.5분이라는 구체적인 보행 시간, 66.7%라는 명확한 선호 비율은 앞으로 지자체가 생활권 계획을 세울 때 참고할 수 있는 실증적 기준을 제공한다. 다만 이런 수치가 실제 예산 편성과 도시계획, 보건의료 전달체계 개편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연구원의 이번 제안이 일회성 보고서에 그치지 않고 실제 경기도 고령친화 정책 설계에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내 집에서 계속 살기 정책 참고 안내

이번 보고서 ‘새 시대의 효자는 지역사회: 100세 시대, 내 집에서 계속 산다’는 경기연구원 누리집(www.gri.re.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자체 공무원이나 도시계획·복지 분야 실무자는 보고서의 설문 결과와 정책 제안을 참고해 지역 생활권 계획이나 고령친화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고령자 본인이나 가족이 재가 돌봄, 방문의료, 주거환경 개선 지원 등 관련 서비스를 알아보고자 한다면 거주지 관할 보건소나 시·군 복지 부서를 통해 현재 이용 가능한 통합돌봄 관련 사업을 문의할 수 있다. 관련 문의는 경기연구원(031-250-3292)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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