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형 사면녹화, 바다향기수목원에 2,000㎡ 시범지로 서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바다향기수목원에 음지형 사면녹화 시범지 조성 완료
이끼·고사리류로 햇빛 부족한 절개지 복원… 특별교부세 3억 원 확보
국토 62.6%가 산림인 나라, 음지형 사면녹화가 채울 빈틈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가 음지형 사면녹화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다향기수목원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는 집중호우와 산사태, 도로 건설 등으로 훼손된 산림 절개지와 경사지 가운데 햇빛이 충분히 들지 않는 지역을 안정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바다향기수목원에 음지형 사면녹화 시범지 조성 공사를 완료했다.[사진=경기도]

바다향기수목원에 선 음지형 사면녹화 시범지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가 햇빛이 부족해 기존 식물로는 녹화가 어려웠던 산림 경사지를 이끼와 고사리류로 복원하는 기술을 입증했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는 안산시 대부도 바다향기수목원에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활용한 2,000㎡ 규모의 음지형 사면녹화 시범지 조성 공사를 지난해 9월 시작해 올해 7월 초 완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음지형 사면녹화 시범지는 집중호우와 산사태, 도로 건설 등으로 훼손된 산림 절개지와 경사지 가운데 햇빛이 충분히 들지 않는 지역을 안정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조성됐다. 음지 적응력이 뛰어난 이끼와 고사리류를 중심으로 식재하고, 토사 유실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사면 안정화 공법을 함께 적용했다.

2,000㎡ 부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연구소에 따르면 시범지에 올해 3월부터 식재된 식물들은 햇빛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4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생육하는 특성을 보였다. 지난해 9월 공사에 착수해 올해 7월 초 준공에 이르기까지 약 10개월이 걸렸고, 이 가운데 실제 식물 생육을 관찰한 기간은 4개월 남짓이다.

짧은 관찰 기간에도 안정적인 생육이 확인됐다는 점은 음지형 사면녹화 기술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연구소는 이번 시범지 조성에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이끼 식재 시험지를 조성하고 생육환경을 관찰해왔다. 이번 2,000㎡ 규모의 본 시범지는 이런 사전 시험 결과를 토대로 조성된 것이어서, 단발성 실험이 아니라 단계적 검증을 거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끼와 고사리류, 왜 음지에서 강한가

음지형 사면녹화의 핵심은 식물 선정에 있다. 이번 시범지에는 음지 적응력이 뛰어난 이끼와 고사리류가 중심 식재종으로 쓰였다. 이끼는 물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육상으로 진출한 최초의 식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그늘지고 물기가 있는 곳에서 서식하는 특성을 갖는다.

일반적인 화초나 관목이 광합성을 위해 충분한 일조량을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이끼와 고사리류는 상대적으로 적은 빛으로도 생육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나무가 빽빽한 숲이나 계곡 주변, 북향 경사지처럼 일조량이 부족한 지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음지형 사면녹화가 기존 사면녹화 기술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것도 이런 식물 생리적 특성 덕분이다.

뿌리와 잎이 하는 일

음지형 사면녹화가 실제로 경사지를 안정화하는 원리는 물리적 작용과 생태적 작용이 함께 맞물려 있다. 식물의 잎과 줄기는 빗방울이 토양에 직접 부딪치는 것을 줄이고, 촘촘하게 형성된 뿌리는 경사면의 흙을 붙잡아 토사가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는다.

경사면을 따라 흐르는 빗물의 속도를 늦춰 토양 침식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 식물이 성장하면서 쌓이는 낙엽과 유기물은 토양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하고, 토양의 수분 보유력과 구조를 개선해 다른 식물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즉 음지형 사면녹화는 단순히 식물을 심어 겉모습을 푸르게 만드는 것을 넘어, 경사면 자체의 토양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그동안 사면녹화는 왜 ‘양지형’이었나

그동안 사면녹화에는 햇빛이 풍부한 양지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 주로 사용됐다. 이는 관행적으로 축적된 시공 경험과 상용화된 종자 공급망이 양지형 식물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나무가 빽빽한 숲이나 계곡 주변, 북향 경사지처럼 일조량이 적은 지역에서는 식물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녹화와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지역은 녹화에 실패하면 나지 상태로 방치되기 쉽고, 시간이 지날수록 토양 침식이 누적돼 오히려 산사태 위험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음지형 사면녹화는 바로 이 지점, 즉 기존 기술로는 손대기 어려웠던 음지 절개지라는 사각지대를 겨냥해 개발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산사태, 늘어나는 위험

음지형 사면녹화가 필요한 배경에는 갈수록 커지는 산사태 위험이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집중호우 빈발로 산사태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10년간 산사태 피해면적은 연평균 269.5ha, 복구비는 연평균 696.6억 원에 달한다.

실제로 2020년에는 국지성 집중호우와 태풍 마이삭·하이선의 영향으로 산사태 피해면적이 1,343ha에 이르렀고 인명피해도 9명 발생해 복구액이 3,317억 원에 달했다. 2023년에는 태풍 카눈과 집중호우로 459ha의 피해가 발생했고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림청은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사태취약지역을 지정해 구조물을 설치하는 사방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사후복구 중심에서 사전예방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왔다. 음지형 사면녹화 역시 이런 사전예방 전략의 연장선에서, 구조물 중심의 사방사업을 식생 기반의 생태적 방식으로 보완하는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국토 62.6% 산림, 절개지 복원이라는 과제

국토의 약 62.6%가 산림인 우리나라에서는 집중호우와 산사태, 각종 개발사업으로 발생하는 절개지와 경사지를 안정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중요한 산림관리 과제로 꼽힌다. 도로 건설, 택지 개발, 각종 인프라 공사가 이어지는 한 절개지는 계속 새로 생겨날 수밖에 없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형과 방향에 따라 필연적으로 음지 조건에 놓이게 된다.

연구소는 이번 음지형 사면녹화 시범지가 기존 사면녹화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웠던 음지 지역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산림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절개지 복원 수요를 감안하면, 이번 시범지에서 확인된 기술이 앞으로 다른 지역의 음지 절개지에도 적용될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끼, 탄소흡수를 넘어선 도시녹화 소재

이번 사업의 핵심 식물인 이끼는 수분 저장 능력과 환경 적응력이 있어서 도시 열섬 완화, 공기 정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저감, 탄소 흡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끼는 토양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곳에서도 생육할 수 있어 도시녹화와 생태복원 분야의 새로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이끼를 활용한 정원 조성은 이미 여러 곳에서 시도돼 왔다. 서울 영등포구에는 400㎡ 규모의 이끼정원이 조성돼 있는데, 이끼는 일반 대기층보다 산소 배출량이 18.5배에서 21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수목원 역시 한국형 숲 정원 모델 개발 연구의 결과물을 활용해 서리이끼, 고깔바위이끼, 들덩굴초롱이끼 등 11종으로 구성된 이끼원을 조성한 바 있으며, 화담숲과 평강식물원, 제이드가든, 한라수목원 등 여러 수목원에서도 이끼정원이 잇따라 조성되고 있다. 다만 이런 기존 사례들이 주로 전시·관람 목적의 정원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바다향기수목원의 음지형 사면녹화는 실제 훼손지 복원이라는 실용적 목적에 이끼를 접목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딱딱한 공사현장이 아닌 주제원으로

음지형 사면녹화가 갖는 또 다른 특징은 조성 방식 자체에 있다. 이번 시범지는 딱딱한 공사 지역이 아닌 수목원의 주제원 형태로 조성돼, 대국민 산림 사면녹화 이미지 개선을 함께 노렸다. 통상 사면녹화 공사 현장은 접근이 제한되고 관상 목적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은데, 이번 시범지는 관람객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시범지에는 이번 녹화 사업의 의미 등을 담은 안내판도 설치됐다. 방문객의 휴양공간에 산림녹화 교육의 장을 함께 마련한 셈이다. 실속의 측면에서 보면 이는 산림 훼손지 복원이라는 기술적 성과를, 연결의 측면에서 보면 일반 국민이 사면녹화 기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접점으로 확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음지형 사면녹화 시범지를 관람하고 싶다면 바다향기수목원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할 새로운 산림복원 기술”

정택준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장은 “바다향기수목원은 단순히 식물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산림복원 기술을 연구하고 선보이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끼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사면녹화 기술을 국민과 공유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와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음지형 사면녹화가 일회성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소는 이번 시범지 조성에 앞서 두 차례의 이끼 식재 시험을 거쳤고, 그 결과를 토대로 특별교부세 3억 원을 확보해 본 사업을 추진했다. 이런 단계적 검증과 예산 확보 과정은, 앞으로 다른 지자체나 산림 관리 기관이 유사한 음지형 사면녹화 사업을 추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절차적 모델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

다만 이번 시범지의 생육 관찰 기간이 4개월 남짓에 그친다는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면 안정화 효과는 여러 계절, 특히 집중호우가 잦은 여름철을 몇 차례 거치며 장기적으로 검증돼야 하는 특성을 갖는다. 이끼와 고사리류가 실제로 몇 년에 걸쳐 안정적인 군락을 유지하며 토사 유실 방지 효과를 지속하는지는 앞으로 추가 관찰을 통해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번 음지형 사면녹화 시범지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기존 기술로는 손대지 못했던 음지 절개지라는 사각지대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실증했고, 이를 딱딱한 공사현장이 아닌 누구나 찾아와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다. 앞으로 이 기술이 도로 절개지나 택지 개발 현장 등 실제 훼손지에 얼마나 폭넓게 적용되느냐가, 음지형 사면녹화가 시범사업을 넘어 표준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음지형 사면녹화 시범지 관람 가이드

음지형 사면녹화 시범지는 안산시 대부도 바다향기수목원 내에 조성돼 있으며, 별도의 예약 없이 수목원을 방문하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시범지 현장에는 이끼와 고사리류를 활용한 사면 복원 원리와 이번 사업의 의미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어, 방문객이 산림 절개지 복원 기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학습할 수 있다. 산사태 예방이나 산림 복원 기술에 관심 있는 지자체 공무원, 조경·산림 분야 관계자는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031-8008-6788)를 통해 음지형 사면녹화 관련 기술 자문이나 시범지 견학을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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