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 전 전염병 검사 무상 지원, 경기 바다·강 지키는 112건의 안전판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 방류 전 전염병 검사 무상 지원
흰반점병 등 법정 전염병 16종, PCR로 걸러낸다
13개 시군·민간 양식장까지, 전국 최초 이동진료차량도 함께

방류 전 전염병 검사, 왜 무상으로 지원하나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가 수산생물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방류 예정 수산 종자를 대상으로 방류 전 전염병 검사를 무상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시군과 민간 양식장의 적극적인 이용을 당부했다.
전염병에 감염된 수산 종자가 자연수계에 방류되면 양식생물뿐 아니라 야생 수산생물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특정 수역에 방류된 종자 한 무리가 감염돼 있다면, 그 피해는 방류 지점을 넘어 인근 하천과 해역 전체로 퍼질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수산생물질병 관리법’은 방류 전 법정 전염병 검사를 실시해 적합 판정을 받은 수산 종자만 방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류 전 전염병 검사가 법적 의무로 자리잡은 배경이다.
13개 시군과 민간 양식장까지, 검사 지원 대상
연구소는 안산, 평택, 김포 등 도내 13개 시군과 민간 양식장, 관계 기관을 대상으로 방류 전 전염병 검사를 무상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외 다른 시·도의 검사 의뢰도 가능하다.
기관은 전염병 검사 신청서를 작성해 공문으로 의뢰하면 된다. 민간은 방류 예정인 수산생물 시료와 신청서를 지참해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신청서는 ‘수산생물질병 관리법 시행규칙’ [별지 제8호] 서식을 따른다. 검사를 의뢰하기 전에는 담당 부서(031-8008-6505)와 미리 일정을 협의해야 한다.
81종 대상, 16종 법정 전염병을 PCR로 확인한다
방류 전 전염병 검사 대상은 뱀장어와 쏘가리, 꽃게 등 해면·내수면 수산생물 81종이다. 어종과 갑각류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검사 체계다.
검사는 흰반점병(WSD) 등 법정 전염병 16종을 대상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 방식으로 이뤄진다. PCR 검사는 병원체의 유전자를 증폭해 감염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도 감염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육안 관찰보다 정확도가 높다.
전국 최초 이동진료차량, 현장을 찾아가는 예찰
연구소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수산생물질병 이동진료차량을 운영하며 양식장을 직접 찾아가는 질병 예찰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동진료차량에서는 임상관찰과 현미경을 이용한 기생충 검사, 시료 채취, 질병 상담이 이뤄진다. 양식장까지 검사 장비가 직접 이동하는 방식이어서, 어업인이 별도로 시료를 포장해 연구소를 방문할 필요가 줄어든다.
방류 전 전염병 검사가 방류를 앞둔 시점의 일회성 점검인 반면, 이동진료차량은 평상시 양식장의 건강 상태를 상시적으로 살피는 역할을 한다. 두 제도가 맞물리면서 사전 차단과 상시 예찰이라는 이중 방어선이 만들어지는 구조다.
지난해 83건, 올해 29건 전량 적합 판정
지난해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는 방류 예정 수산생물 83건에 대해 방류 전 전염병 검사를 실시했다. 올해는 6월까지 29건을 검사했다.
두 시기 모두 법정 전염병이 검출되지 않아 전량 적합 판정을 받았다. 방류를 앞둔 수산 종자가 실제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역사 속 흰반점병, 새우 양식업을 무너뜨린 전례
흰반점병은 국내 수산업에 실제로 큰 타격을 입힌 전례가 있는 질병이다. 국내 새우 양식은 1990년 보리새우를 중심으로 성장했으나, 1993년 이후 흰반점병 피해가 발생하면서 2003년부터 대하로 품종을 바꿔 양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흰반점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풍토병으로 자리잡으면서 대하 양식산업마저 붕괴에 이르렀고, 2006년부터는 흰다리새우로 다시 품종을 대체했다. 한 번 확산된 전염병이 양식 품종 자체를 바꿔놓을 만큼 산업 전반에 장기적 영향을 남긴 사례다.
이러한 전례는 방류 전 전염병 검사가 왜 사전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감염이 확산된 이후의 대응은 품종 전환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방류 전 단계에서 걸러내면 그런 상황 자체를 막을 수 있다.
전국 확산세 속 급성간췌장괴사병까지, 통계로 본 위험성
흰반점병 외에도 새우 양식 현장을 위협하는 전염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급성간췌장괴사병(AHPND)은 2009년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뒤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을 거쳐 2016년 국내에서도 발생해 양식새우 생산량 저하로 이어졌다.
이 질병으로 전세계 양식새우 생산량은 19% 감소했고, 국내에서도 발생 이후 생산량이 23% 줄었다. 감염원 자체도 고수온 환경에서 오래 생존하는 특성을 가져, 한 번 유입되면 통제가 쉽지 않다.
이러한 통계는 방류 전 전염병 검사와 같은 사전 차단 체계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생산량을 지키는 실질적 방어선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다른 지자체의 대응, 유사 사례로 본 업계 동향
수산질병 대응 강화는 경기도만의 흐름이 아니다. 전라남도해양수산과학원은 새우 양식장에서 큰 피해를 일으키는 급성간췌장괴사병과 흰반점병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복합 진단키트를 전국 최초로 개발해 민간에 기술을 이전했다.
이 진단키트는 두 질병을 동시에 검출할 수 있어 별도 검사키트를 각각 구입할 필요가 없고, 어업인의 비용 부담과 검사 시간을 함께 줄여준다. 경기도의 이동진료차량과 전남의 복합 진단키트는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현장 검사의 효율을 높이려는 목표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수산 관련 연구기관이 저마다 진단 기술과 현장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은, 수산생물 질병 관리가 특정 지역의 과제가 아니라 전국 수산업계 공통의 현안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다각도로 본 무상 지원의 의미
방류 전 전염병 검사를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점은 여러 층위에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어업인 입장에서는 검사 비용 부담 없이 법적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는 실질적 혜택이 있다.
행정 입장에서는 검사 비용을 이유로 방류 전 전염병 검사를 회피하거나 누락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검사가 유료였다면 소규모 민간 양식장일수록 비용 부담으로 검사를 건너뛸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 입장에서는 감염된 종자의 방류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아, 사후 방역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드는 사전 차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결국 도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무상 검사가 장기적으로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전문가가 말하는 방류 전 전염병 검사의 가치
김성곤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장은 “건강한 수산 종자의 방류는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 조성의 출발점”이라며 “정확한 전염병 검사와 현장 중심의 질병 예찰을 통해 안전한 방류 환경을 조성하고 어업인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방류 전 전염병 검사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수산자원 조성 전체의 첫 단계라는 점을 짚고 있다. 검사에서 걸러지지 않은 감염 종자가 방류되면 이후의 모든 수산자원 조성 노력이 근본에서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방류 전 전염병 검사 건수는 지난해 83건에서 올해 상반기 29건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비슷하거나 다소 늘어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검사 건수 증가는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모든 시군과 민간 양식장이 이 제도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무상 지원이라는 혜택이 있어도, 신청 절차와 서식을 모르는 어업인이 있다면 실제 이용률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는 검사 건수 자체보다, 도내 전체 방류 규모 대비 검사 이행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흰반점병처럼 한 번 확산되면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꿔놓는 질병의 전례를 감안하면, 검사 이행률을 끌어올리는 일은 예산 투입 이상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방류 전 전염병 검사가 갖는 무게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부분에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체 하나를 걸러내는 일이, 눈에 보이는 양식장 하나를 살리는 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이 검사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은 단순한 예산 배분이 아니라, 수산업이라는 생계의 기반을 지키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흰반점병이 한때 국내 새우 양식업의 품종 자체를 바꿔놓았던 전례는, 방역의 실패가 얼마나 오랜 시간 산업을 흔드는지를 보여준다. 방류 전 전염병 검사는 그런 실패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그러나 가장 확실한 장치다. 검사 한 건, 시료 한 개를 소홀히 다루지 않는 태도가 결국 경기 바다와 강의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이 된다.
방류 전 전염병 검사 신청 안내
방류 전 전염병 검사를 이용하려는 기관은 신청서를 작성해 공문으로 의뢰하면 되고, 민간 양식장은 방류 예정 수산생물 시료와 신청서를 지참해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를 직접 방문하면 된다. 신청서는 ‘수산생물질병 관리법 시행규칙’ [별지 제8호] 서식을 따르며, 검사 대상은 뱀장어·쏘가리·꽃게 등 해면·내수면 수산생물 81종이다. 경기도 외 지역의 검사 의뢰도 가능하며, 검사를 의뢰하기 전 반드시 담당 부서(031-8008-6505)와 일정을 협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