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째 맞은 ‘북한이탈주민의 날’, 화성에서 울린 어울림의 노래
제3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행사, 화성서 열려
정착 유공자 6명 표창과 정착성공사례로 채운 하루
전국 최다 1만 1337명, 경기도가 품은 정착의 무게

제3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화성에서 막을 올리다
경기도는 11일 화성시에서 제3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회인식을 개선하고 도민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오는 14일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1997년 7월 14일 시행된 것을 기념해 법정 기념일로 제정된 날짜다. 경기도가 이날 행사를 법정 기념일 사흘 앞서 미리 개최한 것은 도민과 북한이탈주민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주말 시간대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예술 프로그램 중심의 구성 역시 딱딱한 기념식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정착지원 유공자 표창과 정착성공사례, 삶으로 증명한 정착
이날 행사에서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유공자 6명에 대한 경기도지사 표창장 수여가 이뤄졌다. 현장과 지역사회에서 정착지원에 힘써온 이들의 노고를 기리는 자리다. 정착성공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어린 나이에 대한민국에 입국해 낯선 환경 속에서 두려움과 외로움을 겪었지만, 어릴 적부터 꿈꿔온 간호사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서울 소재 대학교 간호학과에 진학해 간호사로 취업한 과정을 담은 이야기가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했다. 기념영상에는 고령의 나이에도 자신의 자격과 경력을 살려 아파트관리사무소 선임과장으로 성실히 일하는 사례와, 냉면집을 개업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대표의 이야기도 담겼다. 정착의 형태가 나이와 직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두한라예술단과 함께한 어울림 음악회
정착성공사례 발표에 이어 백두한라예술단과 초청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개성 넘치는 음악으로 관객들과 호흡했다. 북한이탈주민 예술인이 선보인 아코디언 연주와 소프라노의 하모니가 무대를 채웠다. 미스트롯 김소유의 ‘십분내로’, 진웅의 ‘반했어’ 등 대중적인 곡들도 연주되며 참석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공연은 관객과 가수가 하나 되어 부른 ‘아름다운 강산’ 합창으로 마무리됐다. 표창식과 사례 발표라는 진지한 순서와 음악회라는 흥겨운 순서를 나란히 배치한 구성은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단순한 기념 행정을 넘어 정서적 유대까지 함께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 최다 1만 1337명, 경기도 북한이탈주민 현황
경기도 북한이탈주민은 올해 3월 말 기준 총 1만 1,337명이다. 전국 3만 1,516명의 36%에 해당하는 규모로,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거주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올해 총 32억 3천여 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경제적 자립 기반 조성, ‘건강한 가정’ 형성 지원, 남북한주민 소통·화합 및 인식개선 사업, 정착위기 해소를 위한 통합안전관리강화 등 4개 분야 15개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전국 북한이탈주민 3명 중 1명 이상이 경기도에 거주한다는 수치는, 이 지역이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정착지원 정책의 실질적인 시험대라는 점을 말해준다. 예산과 사업의 규모가 다른 시도와 비교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배경이기도 하다.
1997년 법 시행에서 국가기념일까지, 역사적 맥락
북한이탈주민의 날의 뿌리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행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이후 국내 정착지원 정책의 근간이 됐다. 이 법률의 시행일을 기리는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2024년 5월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제정을 주문한 뒤 행정안전부가 통일부와 협의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절차를 거쳤다. 첫 기념식은 2024년 7월 14일 통일부 주관으로 치러졌고,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 매년 지방자치단체별 기념행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경기도 역시 지정 첫해부터 자체 행사를 개최해왔다.
탈북민 유입 통계로 보는 정착지원의 필요성
탈북 입국자 수는 시기별로 큰 편차를 보여왔다.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입국자 수는 이후 연간 수백에서 수천 명 규모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입국자 수는 2021년 63명, 2022년 67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2023년 196명, 2024년 236명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누적 입국자 수는 2025년 1분기 기준 3만 4,352명에 이른다. 입국자 수의 등락과 무관하게 국내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꾸준히 누적되는 구조다. 신규 유입이 줄어드는 시기에도 기존 정착자에 대한 지속적 지원의 필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자체별 정착지원 사업 동향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은 중앙정부의 하나원, 지역하나센터를 중심축으로 하되 지방자치단체가 생계, 교육, 취업, 심리지원 등 세부 영역을 보완하는 이원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제2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경제·의료·교육 등 정책적 지원은 국가의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은 구성원 간 상호 존중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가 표창식과 음악회를 함께 배치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다른 광역자치단체 역시 매년 7월 14일을 전후해 자체 기념행사를 열고 있으나, 경기도처럼 정착성공사례 발표와 문화공연을 결합한 형태로 매년 정례화한 사례는 드문 편이다.
유사 사례로 보는 지역사회 통합 프로그램
통일부는 지정 첫해인 2024년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탈북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기념물 조성을 추진한 바 있으며, 매년 통일부 주관으로 포용과 권익 향상, 통일인식 제고를 위한 기념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매년 북한이탈주민의 날에 맞춰 성명을 발표하며 사회적 인식 개선을 촉구해왔다. 이러한 중앙 차원의 기념 활동과 경기도의 지역 행사가 맞물리면서,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중앙과 지방이 함께 채워가는 기념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다각도로 본 경기도의 접근법
경기도가 이번 행사에서 택한 방식은 정책 홍보가 아닌 ‘이야기’를 통한 접근이다. 간호사, 아파트관리사무소 선임과장, 냉면집 대표 등 서로 다른 나이와 직업의 정착 사례를 나란히 배치한 것은 정착의 경로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편성으로 읽힌다. 동시에 32억 원 규모의 예산이 경제적 자립, 가정 형성, 소통·화합, 안전관리라는 4개 분야에 고르게 분산돼 있다는 점은 정착지원이 생계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삶 전반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가 보는 정착지원의 과제
박현석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은 “앞으로도 북한이탈주민 한사람 한사람이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과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선 성명에서 북한이탈주민을 향한 지원이 경제·물리적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되며,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수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표창과 예산 지원만으로는 정착의 완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짚는 지적으로, 경기도가 이번 행사에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결합한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남은 과제와 전망
전국 북한이탈주민의 36%가 거주하는 경기도로서는 정착지원의 성과가 곧 전국적 지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도의 15개 사업이 실제 정착 현장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북 입국자 수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신규 입국자에 대한 초기 정착지원과 기존 정착자에 대한 장기 지원을 함께 설계하는 이원적 접근이 요구된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매년 정례화되면서 이러한 정책적 점검과 사회적 환기가 함께 이뤄질 수 있는 계기로 기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착지원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는 결국 통계로 드러나는 자립률과 정주율에서 확인될 것이다. 경기도가 이번 행사에서 정착성공사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러한 성과를 도민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3회를 맞으며 남긴 것은 표창장이나 공연 목록이 아니다. 이 날이 매년 반복되며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정착지원이 예산과 제도의 문제를 넘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경기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북한이탈주민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부담이자 동시에 책임이다. 표창식과 음악회를 나란히 배치한 이번 행사의 구성은, 정착지원이 행정 지표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도가 스스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간호사가 된 청년의 이야기와 냉면집을 성공시킨 대표의 이야기가 같은 무대에 오른 것은, 정착의 성공이 특정한 나이나 직업에 갇혀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편성이었을 것이다. 이 날이 앞으로도 반복될수록, 표창의 숫자보다 정착 현장의 변화가 함께 쌓여가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으로 남는다.
북한이탈주민의 날 문예작품 전시 관람 안내
경기도는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지난 3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의정부 경기권통일플러스센터에서 ‘그리움’을 주제로 한 문예작품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관심 있는 도민은 별도 예약 없이 전시 기간 중 현장을 방문해 관람할 수 있으며, 행사 관련 문의는 경기도 평화기반조성과(031-8030-2383)로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