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 첫 입항, 평택항에 9,300대 실은 아틱 테른

유코카캐리어스의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 ‘아틱 테른’, 평택항 국제자동차부두 첫 기항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체계로 탈탄소 흐름 대응,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
2013년부터 11년 연속 자동차 물동량 전국 1위, 평택항의 다음 도전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 '아틱 테른' 첫 기항 기념 감사패 전달식
김금규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 직무대행이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 ‘아틱 테른’의 첫 기항을 기념하며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사진=경기도]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 평택항에 첫발을 딛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글로벌 자동차 운반선 전문 선사인 유코카캐리어스㈜가 운항하는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 ‘아틱 테른(Arctic Tern)’이 지난 22일 평택항 국제자동차부두에 처음 입항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 아틱 테른은 글로벌 자동차 운송·물류기업 왈레니우스 빌헬름센이 새롭게 도입한 차세대 자동차 운반선 시리즈 ‘셰이퍼 클래스(Shaper Class)’의 첫 번째 선박이다. 유코카캐리어스는 이 선박을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자동차 운송 항로에 투입한다.

선박 규모는 길이 228m, 폭 38m, 총톤수 8만 6,200톤, 재화중량톤수 1만 5,750톤이다. 적재능력은 9,300CEU로, 표준 승용차 기준 약 9,300대를 한 번에 실을 수 있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이번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 입항이 자동차 운반선의 대형화와 친환경 연료 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평택항의 자동차 물류 역량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메탄올 이중연료,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 아틱 테른에는 기존 선박연료와 메탄올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추진체계가 적용됐다. 메탄올은 황 성분이 거의 없어 기존 선박연료보다 황산화물과 입자상물질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체연료다.

재생에너지나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생산한 친환경 메탄올을 사용하면 연료 생산부터 선박 운항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 아틱 테른은 연료 공급 여건에 따라 기존 연료를 사용하면서도 향후 친환경 메탄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왈레니우스 빌헬름센에 따르면 셰이퍼 클래스는 메탄올뿐 아니라 향후 암모니아 연료로도 전환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회사는 이를 통해 2027년까지 넷제로 종단 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아틱 테른은 지난 9일 중국 차이나머천츠 진링조선소에서 인도됐으며, 인도 직후 첫 메탄올 벙커링을 완료할 예정이다.

셰이퍼 클래스, 6척에서 14척으로 늘어난 발주

왈레니우스 빌헬름센은 2023년 말 셰이퍼 클래스 6척을 처음 발주했다. 이후 발주 규모는 여러 차례 조정을 거쳐 9,300CEU급 6척과 11,700CEU급 이상으로 확대된 8척을 더해 총 14척으로 늘어났다. 일부 선박은 12,100CEU급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절반은 LNG 이중연료 엔진을, 나머지 절반은 메탄올 이중연료 엔진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조정됐다. 연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향후 암모니아 등 미래 연료로의 전환에도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 선박들은 유코카캐리어스가 실제 운항을 맡는다. 유코카캐리어스는 왈레니우스 빌헬름센이 지분 80%, 현대자동차그룹이 20%를 보유한 자동차 운송 전문 선사다. 원래 옛 현대상선의 자동차사업부를 왈레니우스와 현대자동차가 함께 인수해 설립된 회사로, 자동차와 건설기계 등 바퀴로 움직일 수 있는 화물을 세계 각지로 운송하고 있다.

2000년 첫 수출부터 11년 연속 전국 1위까지

평택항의 자동차 물류 역사는 2000년 첫 자동차 수출로 시작됐다. 이후 2007년 유코카캐리어스와 왈레니우스 빌헬름센이 공동 투자한 자동차전용부두 기공식이 열렸고, 2010년 12번 선석이 개장하면서 평택항은 연간 110만대의 자동차를 처리할 수 있는 환황해권 자동차 수출입 거점으로 성장했다.

평택항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울산항을 제치고 전국 자동차 수출입 물동량 1위를 지켰다. 해양수산부 해운항 물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평택항의 자동차 처리실적은 총 163만 8,000대에 달했다. 이번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5년에는 161만 6,086대를 처리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수출 차량과 수입 자동차 물량이 이곳을 거쳐간다.

자동차를 취급하는 평택항 동부두 2~5번 선석은 안벽 길이가 총 1,110m로, 3~5만 재화중량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다. 평택·당진항은 1986년 LNG선 입항을 계기로 국제무역항으로 개항해, 올해로 개항 40주년을 맞았다. 공업항으로 출발한 항만이 국내 최대 자동차 물류 거점으로 성장해 온 궤적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 이중연료 선박 발주, 74%까지 확대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의 등장은 전 세계 해운업계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세계해운위원회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인도됐거나 발주된 이중연료 컨테이너선과 자동차 운반선은 총 1,126척으로 전년 대비 28% 늘었다. 기업들이 이중연료 선박에 투자한 금액은 1,5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투자 확대의 배경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규제 강화가 있다. IMO는 지난해 4월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탄소세 도입을 포함한 중기 감축조치를 승인했다. 2028년부터 시행될 이 규제는 5,000GT 이상 선박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연료집약도를 기준으로 삼아, 기준을 초과한 선박에는 최대 톤당 480달러 수준의 탄소요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 규제의 시행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상당하다. 그리스선주연합 등 일부 선주단체는 규제 초안이 현실성이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고, 실제로 일부 선사는 메탄올 이중연료선 계약을 철회하고 전통연료 선박을 다시 발주하는 사례도 나왔다. 그럼에도 왈레니우스 빌헬름센을 비롯한 주요 선사들은 이중연료 선박 발주를 이어가고 있다.

항만의 관점, 화물량과 미래 규제 사이

이번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 입항이 갖는 실속은 두 층위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는 항만 운영의 직접적 실적이다. 9,300CEU급 선박 한 척의 기항은 그 자체로 상당한 물동량을 의미하며, 항만공사 입장에서는 안벽 접안료와 화물 처리 실적이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진다.

둘째는 미래 대응력이라는 간접적 실속이다. IMO 탄소규제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탄소집약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재래식 선박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최신 이중연료 선박을 원활히 받아낼 수 있는 항만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향후 선사들이 기항지를 선택할 때 놓치지 않아야 할 조건이 되고 있다.

연결의 측면에서 보면 이번 기항은 평택항과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를 잇는 사례이기도 하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에 평택항이 정거장으로 포함됐다는 것은, 국내 완성차 수출입 거점을 넘어 국제 물류망의 한 축으로 평택항의 역할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쟁력을 보여준 사례”… 관계자들의 평가

자비에 르루아 유코카캐리어스 대표이사는 “평택항은 글로벌 자동차 물류의 중심이자 유코카캐리어스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앞으로도 자동차 제조사와 물류 고객에게 더욱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금규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평택항 첫 입항은 자동차 해상운송 시장의 대형화와 친환경 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평택항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글로벌 선사의 차세대 선박과 자동차 물동량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친환경 선박의 입출항을 지원할 수 있는 항만 운영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글로벌 자동차 운반선사와 친환경 항만전환을 위한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고, 애로사항 개선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항만들도 뛰어든 친환경 전환 경쟁

친환경 선박 기항 유치는 평택항만의 과제가 아니다. 국내 주요 항만들도 메탄올·LNG 추진선 기항에 대응하기 위한 벙커링 인프라 구축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적 해운사들도 친환경 선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한 분석에 따르면 국내 해운사가 운영하는 전체 선대에서 친환경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을 신조 수요로 흡수하고 있다. 국내 주요 조선소는 이미 2027년 도크가 채워졌고 2028년 인도분 수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과 선사, 조선사가 각자의 위치에서 같은 탈탄소 흐름에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평택항의 이런 변화는 배후에 자리한 경기경제자유구역과도 무관하지 않다. 평택항을 감싸고 있는 포승BIX지구와 현덕지구는 경기경제자유구역 3개 사업지구 가운데 두 곳으로, 경기경제자유구역청 자체도 평택항 마린센터에 자리하고 있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은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입항인 평택항을 투자유치의 핵심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포승BIX지구는 전기차 클러스터와 수소 융복합단지 조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의 잇따른 기항이 이런 개발 방향과 맞물릴 경우, 평택항의 물류 경쟁력과 경제자유구역의 투자유치 논리가 함께 힘을 받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평택항이 마주할 다음 국면

평택항이 40년 만에 자동차 물류 전국 1위 항만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특정 부두나 특정 선사에 집중된 투자가 있었다. 이번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의 기항은 그 투자가 이제 친환경 전환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 IMO 탄소규제의 시행 시점과 구체적 기준은 여전히 논쟁 중이며, 규제가 지연되거나 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왈레니우스 빌헬름센 같은 선사들이 이중연료 선박 발주를 이어가는 이유는, 규제와 무관하게 연료 효율과 운영 유연성 자체가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평택항 입장에서는 이런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메탄올 벙커링 인프라 구축 같은 실질적 준비가 뒤따라야 다음 단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의 첫 입항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항만 인프라 자체의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 관련 정보 확인 가이드

평택항의 자동차 물동량 통계와 항만 시설 현황은 해양수산부 해운항 물류정보시스템(PORT-MIS)과 경기평택항만공사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나 자동차 수출입 관련 기업은 평택항 동부두 2~5번 선석의 접안 규격과 국제자동차부두 운영 현황을 참고해 선적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운반선의 향후 기항 일정이나 친환경 선박 입출항 지원 정책에 대한 문의는 경기평택항만공사(031-686-0631)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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