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극복 협조 요청, 추미애 지사 박홍근 장관과 4,219억 원 국비 담판
추미애 지사, 재정위기 극복 협조 요청 위해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면담
취득세 26% 감소·복지예산 40% 증가,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 제도개선 건의
경기남부광역철도 포함 40개 사업, 제5차 국가철도망 반영도 촉구

정부서울청사서 이뤄진 재정위기 극복 협조 요청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을 만나 재정위기 극복 협조 요청에 나섰다. 교통 인프라 확충 등 5개 경기도 주요 현안사업을 설명하고, 지속가능한 지방재정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과 함께 4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국비 반영을 요청했다.
면담은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진행됐다. 이번 면담은 기획예산처의 2027년도 정부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경기도 주요 현안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을 건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재정구조가 취약했다”… 추 지사가 짚은 문제
추 지사는 이날 인사말에서 “국가 단위의 재정, 국책사업을 주로 보다가 도지사가 돼서 지방재정을 직접 눈으로 들여다보니 의외로 경기도가 가장 많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재정 구조가 취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는 갈 수 없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드는 상황에서 이렇게 여건을 설명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박홍근 장관은 “중앙정치 무대와 정당에서, 행정부에서 워낙 큰 역할을 하셨는데 이제는 우리 도민의 삶과 직결된 공간에서 그 누구보다도 도정을 더 빛나게 하시는 역할을 하실 거라고 믿는다”며 “저희들도 최선을 다해서 응원하고 지원하겠다. 오늘 주신 말씀 잘 검토해서 향후에 답을 드리겠다”고 화답했다.
도는 이날 경기도 재정의 구조적 문제로 취득세 중심의 세입 구조, 전국 최고 수준의 조정교부금 부담,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 부담, 국고보조사업 확대에 따른 도비 매칭 부담, 인구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복지재정 확대 등을 설명했다.
취득세 26% 감소, 복지예산 40% 증가… 숫자로 본 위기
도가 제시한 핵심 수치는 취득세와 복지예산의 엇갈린 흐름이다. 취득세는 2022년 11조 원에서 2026년 8조 1천억 원으로 약 26%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복지예산은 14조 원에서 19조 6천억 원으로 약 40% 증가해, 세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나는 재정 압박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취득세는 경기도 지방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재원이다. 부동산 거래 위축이 곧바로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최근 이어진 부동산 규제 강화 국면에서 경기도의 재정 부담은 한층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소비세율 35%로, 3대 제도개선 건의
경기도는 재정위기 극복 협조 요청의 실질적 내용으로 세 가지 제도개선 과제를 건의했다.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부가가치세의 25.3%에서 35%로 인상하는 것이 첫째다. 조정교부금 재원조성 상한을 40%로 신설하는 것이 둘째,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비율을 인하하는 것이 셋째다.
지방소비세는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세목으로, 인상 폭이 클수록 지자체의 자체 재원이 늘어나는 구조다. 조정교부금은 광역자치단체가 관내 시·군에 재정을 배분하는 제도인데, 경기도는 이 부담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세 건의사항 모두 중앙과 지방 간 재정 배분 구조 자체를 조정해 달라는 요청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4,219억 원, 5개 사업에 걸린 국비
제도개선 건의와 별도로 경기도는 개별 사업에 대한 구체적 국비 지원도 요청했다. 대광위 광역버스 준공영제 사업에 2,805억 원, 특별교통수단 운영에 1,021억 원, 친환경 대용량 2층 전기버스 보급에 540억 원, 소각시설 설치에 7,575억 원, 전국체전 준비 운영에 100억 원 등이다. 이 중 2027년 반영을 목표로 요청한 규모가 총 4,219억 원이다.
소각시설 설치 예산이 7,575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2026년부터 시행되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 투자로, 환경 규제 강화가 지방재정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성 가장 높을 것”… 경기남부광역철도 반영 촉구
추 지사는 이날 철도 인프라 확충도 강조했다. 경기도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경기남부광역철도를 비롯한 경기도 건의사업 40개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신규사업 규모를 10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도는 현재 약 60조 원 수준으로 검토되는 신규사업 규모로는 전국 시·도의 철도사업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사업은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철도사업 추진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특히 “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경기남부광역철도의 예비타당성 경제성이 가장 높게 나올 것”이라며 반영을 촉구했다.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서울 종합운동장역과 수서역, 성남 판교, 용인 신봉·성복동, 수원 광교, 화성 봉담을 잇는 총연장 50.7㎞ 광역철도 신설 사업이다. 용인·성남·수원·화성 4개 시가 공동 진행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이 1.2로 분석돼, 광역철도 사업 가운데서도 비교적 높은 경제성을 인정받았다. 노선이 신설되면 4개 도시 약 138만 명이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재정위기, 오늘 시작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재정위기 극복 협조 요청은 갑작스러운 대응이 아니라, 민선 9기 출범 직후부터 이어진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 6월 22일 추미애 지사의 인수기구인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는 브리핑을 열고 경기도가 7조 원이 넘는 채무를 안고 민선 9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공개했다.
당시 김영진 경기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곳간을 열어봤더니 빚문서만 가득한 상황”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 때와 같은 심정이라고 언급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대부분 소진돼 잔액이 1,345억 원 수준에 불과하고, 지방채 발행 가능 한도도 상당 부분 소진돼 추가 활용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경기준비위원회는 이때부터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보통교부세 제도 개선과 관련 법·제도 정비를 요구해왔다. 경기도가 지방교부세를 받지 못하는 불교부단체라는 점도 재정 악화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장관 면담에서 나온 지방소비세율 인상, 조정교부금 상한 신설 요구는 이런 두 달 가까운 문제 제기가 실제 제도개선 건의로 구체화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경기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방재정 압박은 경기도만이 겪는 상황은 아니다.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라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광역자치단체는 세수 부침을 크게 겪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여기에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확대는 전국 지자체가 공통으로 마주한 재정 압박 요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에 재정분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방소비세율 인상이나 조정교부금 제도 개편 같은 요구는 특정 지자체의 개별 민원이 아니라, 국세와 지방세 배분 비율 자체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오래된 논쟁과 맞닿아 있다.
역대 최고 국비 확보 이후, 다음 과제
경기도는 앞서 지난해 12월 통과된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역대 최고인 20조 8,923억 원의 국비를 확보한 바 있다. 이는 2025년 예산안 국비 확보액(19조 1,412억 원) 대비 9.1%, 1조 7,511억 원 늘어난 규모다. 이번 재정위기 극복 협조 요청은 이런 국비 확보 흐름을 2027년에도 이어가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실속의 측면에서 보면, 제도개선 건의와 개별 사업 국비 요청은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방소비세율 인상 같은 제도개선은 법 개정이 필요해 시일이 걸리는 반면, 개별 사업 국비는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비교적 빠르게 반영 여부가 가려진다. 연결의 측면에서는 도가 기획예산처뿐 아니라 국회와도 병행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경기도는 앞서 지난 23일 국회에서 김성중 행정1부지사 주재로 지역구 국회의원실 보좌진 대상 국비사업 설명회를 열어, 예산 편성 창구인 정부와 심의 창구인 국회를 동시에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도가 앞으로도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협조 요청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면담에서 건의한 제도개선안이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 개별 사업 국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얼마나 반영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남는다. 경기도는 계속해서 기획예산처와 중앙부처, 지역 국회의원 등과 협력해 2027년도 정부예산에 주요 사업이 반영될 수 있도록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재정위기 관련 정보 확인 안내
이번 재정위기 극복 협조 요청과 관련한 세부 건의사항, 국비 요청 사업별 진행 상황은 경기도청 예산담당관(031-8008-2407)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기남부광역철도를 비롯한 국가철도망 반영 논의는 국토교통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발표 일정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며, 관련 소식은 경기도청 누리집과 국토교통부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역 내 개별 사업(소각시설, 광역버스 준공영제 등)의 추진 여부는 2027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 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에 구체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