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배나무 추출물, 항산화 93% 확인부터 특허 출원까지
팥배나무 추출물로 탈모 완화 가능성 확인, 특허 출원번호 10-2026-0038395
3월 출원, 7월 제품 개발 완료…추출물 함량 최대 50%
숲에 흔했지만 버려졌던 팥배나무,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가 찾은 쓸모

팥배나무 추출물, 탈모 완화 가능성을 확인하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가 국내 산지에 널리 분포하는 팥배나무의 가지와 열매 추출물에서 항산화와 항염증, 모유두세포 활성 효과 등 탈모 완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관련 특허를 출원한 데 이어 해당 기술을 적용한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소는 지역 산림자원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찾기 위한 지역소득개발연구를 통해 팥배나무 추출물의 생리활성을 분석했다. 팥배나무라는 흔한 수종이 어떻게 탈모 완화 소재로 이어졌는지, 그 과정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3월 특허 출원, 7월 제품 개발까지 팥배나무 추출물의 4개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난 3월 ‘팥배나무 추출물을 함유하는 탈모 완화 또는 탈모 방지용 조성물’을 경기도청 직무발명 특허로 출원했으며, 7월에는 추출물을 적용한 제품 개발을 마쳤다. 출원번호는 10-2026-0038395다.
효능 확인부터 특허 출원, 제품 개발까지 채 반년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통상 천연물 소재가 화장품 원료로 상용화되기까지는 원료 표준화, 안전성 평가, 제형 개발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번 팥배나무 추출물은 지역소득개발연구라는 기초 연구에서 곧바로 특허와 제품으로 이어진 사례다.
팥배나무 추출물, 500ppm에서 활성산소 93% 제거
시험 결과 팥배나무 열매 추출물은 높은 항산화 활성을 보였다. 산화 반응을 일으키는 불안정 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전자공여능(DPPH) 시험에서 500ppm 이상의 농도에서 활성산소를 93% 제거했으며, 1,000ppm 이상에서는 아미노산 산화를 42%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수치는 팥배나무 추출물이 단순히 ‘천연 성분’이라는 이미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농도 조건에서 측정 가능한 효능을 보였다는 뜻이다. 산화 스트레스는 모발 성장 사이클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항산화 활성이 높다는 것은 탈모 완화 소재로서 팥배나무 추출물의 기초 근거가 된다.
팥배나무 추출물, 모유두세포 활성까지 확인
세포 수준의 시험에서도 항염증과 모유두세포 활성 가능성을 확인했다. 팥배나무 추출물을 0.1% 함유했을 때 염증 관련 반응이 약 10% 감소했으며, 추출물 농도가 높아질수록 모유두세포의 활성과 생존 관련 지표가 높아졌다.
모유두세포는 모발의 성장과 유지에 관여하는 세포로, 이번 결과는 팥배나무 추출물이 탈모 증상 완화와 두피 건강 관련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항산화·항염증·모유두세포 활성이라는 세 가지 지표가 함께 확인됐다는 점에서, 팥배나무 추출물은 하나의 기전이 아니라 여러 경로에서 탈모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소재로 평가된다.
팥배나무 추출물, 첨가물이 아니라 기본 용액으로
연구소가 개발한 제품은 팥배나무 천연 추출물을 일부 첨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품의 기본 용액으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추출물 함량을 최대 50%까지 높여 천연물 기반 제품으로서의 차별성을 강화했다.
시중의 많은 천연 성분 화장품이 소량의 추출물을 첨가제 수준으로 넣는 것과 달리, 팥배나무 추출물을 제품의 기본 골격으로 삼았다는 점은 원료의 효능을 최대한 살리려는 접근으로 읽힌다.
배나무 닮은 꽃, 팥 닮은 열매, 15m까지 자라는 낙엽교목
팥배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높이 약 15m까지 자란다. 봄에는 배나무와 비슷한 흰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팥을 닮은 붉은 열매가 열려 팥배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의 산지에 분포하며 주로 조경수와 관상수로 활용됐지만 바이오 소재로서의 산업적 활용은 많지 않았다. 즉 팥배나무는 도심 가로수나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였지만, 그 가지와 열매가 산업적 원료로 쓰인 적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역사적 맥락, 2023년 환삼덩굴 특허의 연장선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가 산림자원에서 탈모 완화 소재를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연구소는 2023년 생태계 교란식물인 환삼덩굴을 활용한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당시 연구소는 3년여 간의 연구를 거쳐 환삼덩굴 지상부에서 추출한 폴리페놀 물질의 탈모 방지 효능을 확인했고, 천연 탈모 방지 샴푸와 헤어두피토닉 시제품을 제작해 인체 적용 실험까지 진행했다.
이번 팥배나무 추출물 개발은 이런 흐름의 연속선에 있다. 연구소는 환삼덩굴 이후에도 까마귀쪽나무와 잣 구과 외종피 등 다양한 산림자원에서 탈모 완화 관련 생리활성을 연구하고 특허 출원·등록과 제품 개발, 기술이전을 추진해왔다. 활용도가 낮았던 산림자원에서 반복적으로 탈모 완화 소재를 찾아낸다는 점에서, 팥배나무 추출물은 연구소의 누적된 연구 역량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국내 탈모 인구 1천만 명, 시장 규모 5천억 원 육박
팥배나무 추출물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커지는 탈모 시장이 있다. 국내 탈모 인구는 병원 진료를 받지 않는 예방·관리 수요까지 포함하면 약 1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탈모 케어 제품 시장은 연평균 약 10% 성장해 2025년 기준 약 4,99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탈모를 질환이 아닌 외모·자기관리 문제로 받아들이며 예방 목적의 소비가 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탈모 증상이 아직 없는 응답자 가운데 예방에 관심이 있다는 비율은 2022년 42.7%에서 이듬해 46.9%로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팥배나무 추출물을 활용한 제품이 이런 예방 수요층을 겨냥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전남도 생달나무, 지자체 산림자원의 화장품 원료화 경쟁
산림자원을 화장품 원료로 전환하는 시도는 경기도만의 것이 아니다. 전라남도산림연구원은 남부권 자생 수종인 생달나무 정유를 활용해 미백과 주름 개선 기능을 갖춘 앰플을 개발한 바 있으며, 앞서 생달나무 추출물의 항균 조성물 특허도 등록했다.
두 지자체 연구기관의 접근 방식은 유사하다. 그동안 산업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 자생·조경 수종에서 생리활성을 검증하고, 특허 출원과 제품 개발로 이어가는 구조다. 다만 경기도는 팥배나무·환삼덩굴처럼 탈모 완화라는 특정 기능에 집중해온 반면, 전남은 미백·항균 등 화장품 전반의 기능성 원료 개발에 좀 더 폭넓게 접근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다각도로 본 팥배나무 추출물의 ‘실속’과 ‘연결’
다각도로 보면 팥배나무 추출물이 갖는 실속은 두 층위에서 확인된다. 첫째는 그동안 조경수로만 쓰이던 팥배나무에 새로운 경제적 가치가 더해졌다는 점이고, 둘째는 지역 연구기관의 기초 연구가 특허와 제품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연결의 측면에서는 지역소득개발연구라는 학술적 연구와, 실제 소비자가 쓸 수 있는 제품 개발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연구소가 운영하는 산림자원 천연물 분양 사업을 통해 팥배나무 추출물이 기술이전 기업에 공급되면, 연구 성과가 다시 민간 산업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완성된다.
“고부가가치 바이오산업의 원료로”
정택준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장은 “산림자원은 산소와 목재를 공급하는 기능을 넘어 고부가가치 바이오산업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천연자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다향기수목원을 중심으로 활용도가 낮은 산림자원의 생리활성을 검증하고 천연물을 확보하는 한편, 추출물 분양과 기술이전을 확대해 연구성과가 제품 상용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팥배나무 추출물이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다른 산림자원에 같은 방식이 적용될 것임을 시사한다.
앞으로 관건은 상용화 규모와 원료 안정 공급
앞으로 실제 시장에서 자리 잡으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이번 시험 결과가 실제 인체 적용 시험으로 이어져 임상적 근거를 더 쌓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팥배나무 가지와 열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원료 조달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팥배나무는 조경수와 관상수로 널리 식재돼 있는 만큼, 환삼덩굴처럼 생태계 교란종을 제거하며 원료를 얻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공급망 설계가 필요하다. 연구소가 강조한 ‘저렴한 가격, 꾸준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가, 팥배나무 추출물이 환삼덩굴의 뒤를 이어 상용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팥배나무 추출물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숲에 이미 있던 자원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선의 전환이다. 봄에는 흰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붉은 열매를 맺으며 도심 곳곳에 서 있던 이 나무는, 그동안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조경수로만 소비돼왔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가 환삼덩굴부터 까마귀쪽나무, 잣 구과 외종피를 거쳐 팥배나무까지 반복적으로 탈모 완화 소재를 찾아낸 과정은, 산림 정책이 나무를 심고 보호하는 일에서 나아가 이미 심어진 나무에서 새로운 가치를 캐내는 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허 출원번호 하나, 항산화율 93%라는 숫자 하나가 당장 소비자의 손에 제품을 쥐여주지는 못하지만, 국내 탈모 인구 1천만 명이라는 현실적 수요와 만난다면 이 작은 연구 성과가 실제 산업으로 자라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팥배나무 추출물 활용 안내
팥배나무 추출물을 원료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가 운영하는 산림자원 천연물 분양 사업을 통해 문의할 수 있다. 연구소는 확보한 천연 추출물을 기술이전 기업 등에 공급해 기업이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제품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추출물을 함유하는 조성물의 특허 출원번호는 10-2026-0038395이며, 관련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를 원하는 기업, 연구기관은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031-8008-6788)로 문의하면 된다.
